저는 언제나 박사 과정에 진학하기를 원했습니다. 학부 시절 동안, 연구의 마법을 보여주는 멋진 선생님들과 공부했지만, 재정적인 이유로 석사 과정을 건너뛰고 2016년 1월부터 킹스 칼리지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흥분과 자신감으로 가득찼었지요. 학부 시험에서 늘 우수한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박사 과정도 수월하게 해내리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도전적일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제가 가지고 있었던 확신에 비하면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더 이상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
그러다가 지도 환경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다른 연구실로 옮겨야 되었고, 허둥지둥 괜찮은 연구 제안서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지도 교수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뒤얽혀서 삶이 피폐해지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충분히 해내리라고 기대했던 업무 양에 압도된다고 느꼈고, 충분한 양을 자료를 읽어내었는지,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는 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결국 실패하게 될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한 번도 실패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나 외로움, 더 이상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예전만큼 자주 외출하지도 않았고,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엉망이 되었습니다. 삶과 고통스러운 연구, 그 모든 것이 매 순간 걱정스러웠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박사 학위를 단념하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학위 기간 동안 정신 건강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기 위함입니다. 위에서 묘사한 불안정한 학생으로 긴 시간 보내며, 저는 결국 박사 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박사 과정 동안(바라건대 그 이후에도)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목록을 만든 이유입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
많은 이들이 박사 과정을 시작할 때 비현실적인 기대 사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완벽하게 괜찮고, 심지어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학위 과정과 같은 큰 일을 시작하려면 자신감,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 그리고 어쩌면 일종의 천진함도 약간 필요한 법이지요. 하지만, 다른 이들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상황이 어려워졌을 때, 이것이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박사학위 과정의 본질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말하기
저는 여러분이 누구든, 어떤 상황에 있든지 이 부분을 꼭 자신의 목록에 추가하기를 바랍니다. 만약 눈앞에 있는 일을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겠다거나, 외롭다고 느끼거나, 혹은 그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하세요. 상대는 친구일 수도 있고, 가족이나 반려동물, 사무실 식당이나 복도에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학생들과 엉망진창으로 흘러가는 실험이나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세요. 이 시간이 모든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또 대부분의 학교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합니다(비상 예약도 가능합니다!). 처음 불안을 겪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꼈을 때, 이 서비스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국가나 민간 기관의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이런 기관에 언제든지 연락을 취해도 괜찮다는 사실을요.
명상하기
누군가 제게 처음 명상을 제안했을 때, 저는 고개만 갸웃했습니다. 불안으로 인해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제가 향기 가득한 방 안에서 가만히 “오오오옴…”을 외는 장면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Headspace라는 명상 앱을 우연히 접하고, 굉장한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에 불안, 걱정이 가득찬 누군가가 있다면, 이 어플을 한번 시도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어플은 다양한 명상 세션을 제공합니다. 1~3분 정도의 간단한 과정부터, 불안을 다루는 명상, 긴장되는 발표 직전에 듣기만 해도 되는 세션도 있습니다.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다 유효하지는 않겠지만, 불안에 가득 차서 편히 앉아 있지도 못할 바에는 한 번 시도라도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이미 알고 있는 모든 것
압니다, 저도 알아요. 모든 곳에서 건강한 식습관이나 운동이 중요하다고 외치고 있다는 걸요. 그리고 사실 저도 이 조언을 그렇게 잘 따르지 못한다는 것도 먼저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영양이 충분한 음식을 먹고, 약간의 움직임을 갖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분 전환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매일 달리기를 한다거나, 비스킷을 먹는 걸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매일 밤 피자를 먹기 보다는 속이 편한 집밥을 먹고, 점심 시간에 간단한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를 만듭니다. 만약 연구실 붙박이 신세라면, 처음부터 너무 과한 목표를 세우지는 마세요. 그저 약간의 움직임을 하루 일과에 포함시켜 보고, 밖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를 맛보고, 사과 한 조각을 먹어 보는 겁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시작이에요.
절대 무리 금지!
제 생각에 이게 제가 배운 제일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과한 행동 금지, 무리하지 말기. 때때로 일에 압도된다고 느낄 때, 저는 연구실에 12시간 있고, 주말에도 일 생각만 하고, 실제로 일을 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박사 과정은 고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러분을 소진시키는 것은 아무 도음이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계획을 세워 보세요. 학위 과정을 회사원의 출퇴근과 같이 대해야 합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집에 가세요. 이건 당연해 보이지만, 많은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연구실에서 살아야 한다는 강한 압박에 시달립니다. 절대, 절대 그럴 필요 없습니다. 네, 물론 예외적으로 주말에 일을 하거나, 늦게 퇴근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뒤에는 휴식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위한 뭔가 좋은 일을 하는 걸 잊지 마세요.
요약하면...
-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마세요. 당신은 잘하고 있습니다.
- 자신을 위한, 그리고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드세요.
- 계획을 세우세요, 하지만 계획 대로 잘 굴러가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마세요.(절대 계획대로 될 수가 없거든요!)
-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무언가를 꼭 하세요.
- 모든 일을 멈추고,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지세요. 자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 즐기려고 해 보세요. 기억하세요, 이건 인생에서 단 한 번 뿐인 경험입니다.
샬럿 렙시라거는 킹스 칼리지 런던에 재학 중인 박사 과정생입니다. 이 글은 샬럿이 자신의 블로그 What a scientist does에 2019년 2월 3일 게시한 것을 허락을 받고, 이곳에 재게시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