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테스트를 해 봅시다. 여러분의 연구 주제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한 명을 골라서, 논문 초안을 준 다음에 여러분이 사용한 소제목을 가지고 조직도 (organogram, organizational chart)를 만들어 보라고 해보십시오. 만약 그 사람이 소제목을 적절한 위치에 배열해 조직도를 만들 수 있다면 성공입니다.
소제목을 적절하게 구성하고 일관성 있게 배치하면 독자들이 논문을 훑어볼 때 전체적인 내용을 대략 파악하기가 더 쉽습니다.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독자는 소수라는 점을 유념하십시오. 논문의 제목이 관심을 끄는 경우라면 초록까지 읽을 것입니다. 초록에서 흥미를 느낀 독자들은 전체 내용을 훑어보게 됩니다. 이렇게 훑어보았을 때 논문의 내용이 읽을 만해 보이는 경우 이 논문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논문의 소제목을 주의해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1차 소제목 (major heading)은 반드시 눈에 띄어야 합니다. 목표 저널에서 IMRaD 포맷 (서론, 재료 및 방법, 결과, 토론)을 요구하는 경우 2차 소제목 (subheading)은 논문의 범위를 나타내어야 하고, 3차 소제목 (minor heading)은 각 2차 소제목의 범위를 나타내어야 합니다.
이런 형식적인 측면이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소제목은 정보의 덩어리라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 The Sense of Style: The thinking person’s guide to writing in the 21st century >의 저자 스티븐 핑커는 어떤 주제를 익힘으로써 “수많은 추상화된 정보를 익히게 되며, 각각의 정보는 정신적인 단위가 된다… 이러한 정보의 덩어리를 담은 성숙한 정신은 이성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엔진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 정보의 덩어리는 분류 체계의 치밀한 계층화를 통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처음 보는 동물이라도 그 동물이 척추동물이라는 점을 알면 이 동물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이 동물이 포유류라는 것을 안다면 더 많은 점을 알 수 있겠지요. 이 동물이 영장류인지, 설치류인지, 육식동물인지 안다면 어떤 종류의 동물인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목표 저널에서 제목에 숫자를 붙이는 규칙을 따르고 있다면 각 소제목의 수준을 한눈에 알 수 있기에 작업이 쉬워집니다. 1차 소제목 (가장 높은 수준)에는 1, 2, 3, 등의 숫자가 붙고, 2차 소제목은 1.1, 1.2, 1.3 … 2.1, 2.2, 등으로 이어집니다. 3차 소제목은 1.1.1, 1.1.2, 등으로 진행됩니다. 만약 목표 저널에서 소제목에 숫자를 붙이지 않더라도 인쇄 형식에 차등을 두고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쉽게 나타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1차 소제목은 큰 글씨의 볼드체로 가운데 정렬, 2차 소제목은 왼쪽 정렬에 1차 소제목보다는 작은 글씨로 나타내며 볼드체가 아닌 일반 글씨체, 3차 소제목은 본문과 같은 글씨 크기를 쓰며 이탤릭체로 나타내는 등입니다.
이런 저널에 논문을 투고할 때는 소제목 별로 지정된 디자인을 따라도 되고, 숫자를 붙여 나타내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의도를 분명하게 나타내어서 논문을 읽는 독자들이 누구나 이 논문의 조직도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Elsevier 산하의 저널들은 대다수가 숫자를 붙인 소제목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Water Research 저널의 저자 가이드라인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논문은 명확하게 정의되어 번호가 붙은 항목으로 나눈다. 각 하위 항목에는 1.1 (1.1.1, 1.1.2, …), 1.2, 등으로 번호를 붙인다.” 이 저널의 샘플 논문을 보시면, 소제목은 2. Materials and methods, 2.1. study sites and sampling 등으로 숫자 뒤에 마침표를 붙여서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소제목을 대문자로 쓰는지 소문자로 쓰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이를 따르십시오. 위에 적은 예에서 소제목은 ‘title case’ (의미가 있는 모든 단어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시작함) 나 ‘all caps’ (모든 글자를 대문자로 씀)가 아니라 ‘sentence case’ (일반 문장에서처럼 첫 문자만 대문자로 쓰는 것)로 쓰고 있습니다.
[1] Pinker S. 2014. The Sense of Style: the thinking person’s guide to writing in the 21st century. London: Allen Lane. 368 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