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우리가 겪은 엄청난 변화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재택 근무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생활 양식의 변화를 환영하는 사람들(저 포함)이 있는 반면, 이 새로운 정상 ‘뉴 노멀’에 적응하는 것을 힘겨워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가운데 팬데믹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우리 모두가 인지하다시피, 자녀 양육이나 가사를 돌보는 책임은 여전히 세계 어디서나 남자보다 주로 여자에게 지워져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연구자 직업을 지닌 부모들 중 아버지들에 비해 어머니들의 연구 시간이 짧다고 합니다.
그래서 세계 각지의 어머니 연구자들이 팬데믹의 와중에 어떻게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을 해내고 있는지 들여다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세 명의 뛰어난 엄마 연구자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담을 들어 보았습니다.
메이 린 네오(Mei Lin Neo)
메이 린 네오는 싱가포르 열대해양과학원(Tropical Marine Science Institute)의 수석 연구원입니다. 연구를 통해 해양 보호 인식을 높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싶습니다. 메이 린은 STEM (과학·기술·공학·수학) 영역의 여성을 지원하는 비영리 국제 조직인 Mothers in Science의 일원으로 동료 과학자 어머니들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고 지원을 하는 일에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연구 프로젝트가 없을 때는 가장 좋아하는 해양 동물인 대왕 조개에 대한 글을 씁니다!
트위터: @MeilinNeo
초보 엄마로서, 과학자인 나와 딸을 둔 엄마인 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잘 맞춰야 할지 처음부터 잘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일을 사랑하고 일할 때 행복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어린 아가의 생명이 엄마의 손에 달려 있죠.
팬데믹으로 봉쇄 조치가 취해지면서 이 두 역할의 구분은 불가능해졌습니다. 내 작업에 아이를 끼워 맞추려다 보니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이걸 깨닫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제 아이가 내 삶의 어느 부분에 끼워 맞출 수 있는 퍼즐 조각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내 딸이 나의 삶 자체라는 걸 말입니다.
일하는 과학자로서, 업무 미팅이나 학회에 내 딸을 데리고 갈 수 있도록 (필요할 때는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도록) 해준 이해심 많은 동료들에게 감사합니다. 내가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할 때는 나서서 아이를 돌봐주기도 했습니다. 나의 연구원 ‘가족들’ 덕에 내가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엄마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가 과학계에 종사하는 어머니로서의 어려움에 대한 답을 모두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성의 경험을 통해 일하는 엄마인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우선 순위인지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 생겼습니다.
팬데믹을 겪으며 집에서 아이와 함께 일하기 위해 사용했던 몇 가지 팁을 소개합니다.
- 아기/아이의 흐름에 맞추기—아이들은 원래 내키는 대로 행동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통제하려고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즐겨보세요!
- ‘아니오’라고 말하기와 우선 순위 정하기 – 자신의 한계를 알고, 요리, 추가 미팅, 약속 등을 적절히 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 확보하기 – 단 30분이라도 좋습니다!
- 기대를 어느 정도 내려 놓기 –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집시다.
- 작은 성공을 누리고 축하하기– 좋은 책, 안전한 집, 건강 등에 감사하세요!
카리슈마 S 카우시크(Karishma S Kaushik)
카리슈마 카우시크는 아홉 살 난 아들의 엄마이자 의학 과학자입니다. 인도 푸네 대학교(University of Pune)에서 인간 감염병을 연구하는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균, 미생물학, 생체 모방 모델 연구를 하지 않을 때 그녀는 아들과 그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Twitter: @KaushikLab
팬데믹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 트위터에 이 엄혹한 상황의 한줄기 빛은 집에서 내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집 밖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일하는 엄마에게 재택 근무란 모든 미팅, 웨비나, 수업 시간 내내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을 의미했습니다. 정말 좋았죠! 아들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함께 과학 이야기를 하고, 아이가 제 일과 달력을 보기도 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일과 공부로부터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매우 좋은 일이었지만, 나에게 재택 근무의 어려움은 ‘재택’보다는 ‘근무’ 쪽에 있었다 할까요. 몇 시간 동안 이런저런 미팅을 옮겨다녀야 한다든가(식사나 집안일은 돌보지 못하고), 예정된 일정이 저녁 시간으로 슬금슬금 넘어간다든가(오후 7시에 웨비나에 들어갈 수 없다고요!), 그 결과, 아들이 홈스쿨링을 하는 동안 다시 일을 시작한다든가 하는 등이었습니다.
남편의 재택 근무가 이런 전환을 헤쳐나가는 열쇠가 되어주었지만, 엄마 연구자로서 나는 기관 차원에서 육아나 맞벌이 등을 고려한 유연한 근무 시간에 대해 명확한 옵션을 제공하는 지침을 마련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봉쇄 기간 동안 수업과 연구 의무를 다하며, 이 시기 더 큰 과학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분투하는 엄마 과학자들의 노력이 간과되었다고 봅니다.
이사벨 토레스(Isabel Torres)
이사벨은 캠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에서 유전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 편집자/저자 겸 과학 커뮤니케이터입니다. 네 아이의 엄마이자 STEM (과학·기술·공학·수학) 종사 여성을 지원하며 직장 평등과 포용을 옹호하는 비영리 국제 조직Mothers in Science의 공동 창립자입니다. 그녀는 STEM 분야 여성의 권리 신장과 성평등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STEM 여성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Pretty Smart Science를 창립하여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트위터: @prettysmartsci
"팬데믹은 나의 삶, 아이들, 나 자신을 바꿔 놓았습니다. 최초의 봉쇄조치가 있을 때, 주로 학교가 폐쇄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프랑스 학교들은 최초의 봉쇄 조치 기간에만 문을 닫았으니 운이 좋은 편이죠.) 몇 주 간 집에서 네 아이(4~12세)와 함께 일하려 애쓰다가 홈스쿨링을 아예 포기해버렸고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기진맥진했고, 마감에 짓눌리고, 코로나19와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하고, 지금 알게 된 것이지만, 부모로서의 번아웃(parental burnout)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거의 내가 아는 모든 부모들이 같은 일을 겪고 있는 걸 알게 되자 죄책감을 벗어날 수 있었죠. 엄마로서 아이들을 우선하는 것이 나를 뒷전에 두어야 한다는 뜻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역학 관계는 변했고, 다시는 같을 수 없겠지만 꼭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생존 모드로 살아본 경험을 통해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알게 되었습니다.
에디티지 인사이트와 소중한 경험과 생각을 나눠 주신 메이 린, 카리슈마, 그리고 이사벨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의 재택근무와 육아 경험은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아래 코멘트 란에 여러분의 경험을 남겨주세요.
더 읽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