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통계연구소(UIS) 최근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연구자 세 명 중 여성은 한 명뿐입니다. 세계의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STEM) 연구는 여전히 남성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끈질긴 성 불균형 문제는 특히 엔지니어링과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두드러집니다.
과학계에 만연한 “새는 송수관 현상(leaky pipeline)”은 학사 및 석사 과정에서는 남녀 비율이 균등한데도, 박사과정, 박사후과정으로 갈수록 점점 여성 비율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학사 과정 등록생의 60%가 여성이지만, 박사 과정에서 49%, 연구자 수준에서는 36%로 수치가 떨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여성 과학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도전을 살펴봅니다.
마틸다 효과(Matilda effect), 남자 패널(manels) 등
마틸다 효과란 여성의 과학적 공헌이 지워지거나, 간과되거나, 남성의 공으로 돌려지는 것을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여성 과학자의 업적이 과소평가되거나 다른 사람에게 돌아간 예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예는 DNA 구조 발견에 대한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의 기여를 들 수 있습니다. 이같은 공공연하게 여성 과학자들을 인정하지 않는 편견은 줄었을지언정, 여전히 여성 과학자의 수상 후보 지명 및 입상 부족, 여성 과학자 연구 인용 부족, 여성 저작물에 대한 평가 절하 및 협력 기회 부족 등의 불균형은 암암리에 지속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형태의 차별은 과학계의 회의나 명망 있는 학회에 여성 연설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여성 과학자들은 남성 동료들에 비해 연사로 잘 초빙되지 않습니다. 점차 그 편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원 남성 패널(“manels”) 행사는 지난 수년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여성들은 학계의 지도적 위치에서도 밀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여성들에게는 부총장이나 국장보다는 학부의 학장 자리가 돌아갑니다.
이공계(STEM) 여성이 겪는 주요 문제들
여성들이 기존의 남성 지배 분야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이공계 여성 비중은 서서히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남성들은 겪지 않는 여러 문제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러한 학계의 성 격차의 주요 원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1. 여성의 저평가와 지원 부족
고정관념과 편견의 폐해로 야심만만한 젊은 여성들이 과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지지가 없을 때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여성들은 학계의 경력 사다리에서 일찌감치 밀려나곤 하는데, 일부는 경쟁이 덜한 학계 외부에서 일을 찾기도 합니다. 따라서, 새로이 배출되는 졸업생들이 역할 모델이나 멘토로 삼을 만한 여성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종신재직권을 얻는 시점은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학계의 자녀 양육 지원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여성 연구원들은 아이를 갖기로 결심할 경우, 종신재직권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나아가 임신을 하거나 자녀를 두게 되면 직장에서 모성 장벽(maternal wall bias)에 부딪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멘토, 특히 신진 여성 연구자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여성 멘토들의 지도는 여성 과학자들이 직업적 목표와 자녀 양육의 균형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더 많은 책임을 떠맡는 여성
남성 연구자들이 여성 연구자들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출판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주요 이유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출산과 양육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여성은 종종 아이들뿐 아니라, 전체 가족을 돌보는 일을 1차적으로 맡습니다. 코로나19는 이러한 사실을 전면에 부각시켰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 근무는 자녀가 있는 학계의 남성보다 여성에게 불균등한 영향을 미칩니다. 가사 책임을 더 많이 떠안게 된 여성들의 연구 생산성은 크게 떨어졌으며, 자녀를 둔 여성 연구자들이 연구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 역시 크게 줄었습니다.
대학이나 자금 제공자들이 이러한 시간 손실에 대해 지원을 늘려가는 추세이기는 하나, 보다 집중된 노력이 필요합니다. 유연성을 강화하고 (팬데믹과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일종의 면책 정책 등을 마련하여 해당 연구자들의 평가나 승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3. 남성에 비해 임금이 낮은 여성
남녀 임금 격차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학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2018년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은 미국의 남성 박사학위 소지자가 연구 분야와 상관없이 여성 박사학위 소지자에 비해 더 수입이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격차는 급여가 높은 수학이나 컴퓨터과학 분야에 남성들이 훨씬 더 많이 종사하기 때문인 것으로 주로 설명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당 분야에도 설명할 수 없는 성 불균형이 존재합니다. 어쩌면, 여성들이 직장에서 지도적 위치나 더 나은 기회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한 연구는 임금 불균형의 원인으로 자신감 격차로 표현되는 뿌리 깊은 신념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나 자신감 결핍으로 인해 여성들이 연봉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교수들과 멘토들은 젊은 여성 연구자들에게 자신감과 성장 지향적 태도를 배양할 책임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계의 모든 수준에서 공정한 실적 평가와 동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4. 괴롭힘과 따돌림의 타겟이 되는 여성
여성은 학계 안에서 적의, 따돌림, 괴롭힘 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추천이나 경력이 교수에게 달려있는 학계 환경은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이 “용인되는” 분위기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장 작업 역시 여성에게 위험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현장에서 여성의 경험을 연구한 한 조사에 따르면, 괴롭힘이나 공격이 흔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행동을 방지하고 적절한 시정 조항을 갖춘 정책을 통해 여성들이 이러한 사건을 적극적으로 보고하고, 상급자들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공계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원 체계는 여성 인력 이탈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 다양성으로 과학을 이롭게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이나 세계 여성과학자의 날(2월 11일) 등은 그간의 성취를 축하할 뿐 아니라, 여성들이 겪고 있는 도전이나 장애물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특별한 기회입니다. 여성 과학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연구를 시작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고등 교육기관의 요직과 과학 정책 결정에 여성들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학계의 바람직한 변화를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보육 지원, 멘토 지도, 건전한 업무 환경 양성 등은 여성들이 과학계에 계속 몸담을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런 부분은 애초 각 분야에 여성들이 보다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면 더 쉽게 실현되어, 과학계의 공공연하게, 때로는 은연중에 저질러지는 성 차별에 맞서 싸우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습니다.
여성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과학의 진보에 기여하는 데 그 어떤 것도 장애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세상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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