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시험의 투명성 결여는 오래 전부터 연구자들 사이에 논의의 대상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임상 시험의 절반이 보고되지 않는데, 임상 시험의 결과를 1년 안에 보고하지 않으면 미국 법에 저촉되어 참여한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잃거나 최대 1일 1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 받게 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임상 시험의 결과가 보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된 이유를 꼽자면 부정적인 결과, 또는 확고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결과를 얻은 연구자들이 임상 시험 결과가 다른 연구자 및 실험참여자에게 도움을 줌에도 불구하고 이를 출판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상 시험을 수행하는 연구자들의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임상 시험 결과 공개에 대한 성명 (Statement on Public Disclosure of Clinical Trial Results) 을 발표했습니다. 이 성명에 따르면, 과거에 이루어진 시험을 포함해 모든 임상 시험의 결과는 참여자들의 사전 서면 동의를 위해, 그리고 비슷한 시험을 수행하는 데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의학의 발전이 저해되지 않을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합니다. WHO가 지정한 보고 지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임상시험의 주요 결과는 연구 종료 후 12개월 이내에 피어 리뷰 저널 출판을 위해 투고해야 하고, 오픈액세스 매커니즘 또는 오픈액세스를 사용할 수 없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다른 방법을 이용해 연구 종료 24개월 내로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
2. 또, 연구 종료 후 12개월 이내에 주요 임상 시험 레지스트리(registry)의 결과 항목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핵심적인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 레지스트리에 연구 결과 데이터베이스가 없는 경우, 연구 결과는 규제기관, 펀딩기관 또는 연구책임기관이 운영하는 접속이 자유롭고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검색 가능한 웹사이트에 게시되어야 한다.
WHO의 성명에서는 또 연구자들이 임상 시험에 대한 모든 출판물에 시험 ID 및 레지스트리 식별코드/식별번호를 수록해야 하며, 그리고 시험 보고서를 임상 시험 레지스트리 사이트 기록과 쉽게 링크시킬 수 있도록 서지 검색 데이터베이스에서 초록 일부를 제공해야 함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WHO는 논문을 CONSORT양식에 맞출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원하는 저자들에게 이를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전문가 대부분이 WHO의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시민단체인 올트라이얼스(AllTrials)의 공동 창립자 벤 골드에이커(Ben Goldacre)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연구자들이 보고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서 독립적인 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임상 시험 보고에 관한 WHO의 지침은 연구자와 연구비 심사 위원회가 부정적이거나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연구결과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감소시킬 전망입니다. 이를 통해 임상 시험의 투명성이 증대될 뿐 아니라 미래의 실험참여자들이 갖게 되는 위험성 역시 줄어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