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노트: 피어 리뷰 주간 2021을 맞아 스위스 로잔대학 박사후 연구원 이대한 연구자 님께서 저자의 입장에서 바라 본 피어 리뷰에서의 다양성의 역할, 그리고 한국 연구자의 위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해주셨습니다.
과학 분야 연구 논문의 피어리뷰 과정은 일반적으로 논문의 저자(들), 논문 편집을 총괄하는 학술지의 에디터, 그리고 에디터의 요청을 통해 논문을 검토하는 리뷰어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행됩니다. 에디터와 리뷰어들은 공동으로 일종의 집단 지성을 이루어 과연 저자들이 발표하고자 하는 논문이 새롭고 의미 있는 발견을 다루고 있는지, 저자들의 결론이 적절하고 정확한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판단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때 어떻게 집단 지성을 형성할지는 에디터의 선택을 통해 이루어지며, 리뷰어들의 ‘정체성’보다는 분야의 다양성이 중요한 고려가 되는 것 같습니다. 논문의 연구 내용을 입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기 위해서는 동일한 관점을 가진 리뷰어들보다는, 조금씩 전문 분야가 다른 리뷰어들이 논문을 검토하는 것이 논문의 게재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출판한 논문의 경우에도 다양한 분야의 피어리뷰를 통해 더 완성도가 높은 논문으로 수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피어리뷰의 핵심은 어떤 논문이 저널에 게재할 만큼 좋은 논문인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저자의 입장에서도 피어리뷰 과정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수 있는 리뷰어의 구성이 가장 중요하며, 다양성은 이러한 목표를 증진시키는 한에서 장려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달리 말해, 피어 리뷰의 다양성은 각 학문별 연구자들의 다양성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 연구자들은 글로벌 피어 리뷰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국내외에서 연구하고 있는 한국인 연구자들이 피어 리뷰를 거쳐 국제 학술지에 논문들을 매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동시에 많은 한국인 연구자들은 끊임없이 논문에 대한 리뷰 요청을 받고 있으며, 논문 리뷰는 연구자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입니다. 각 학문 분야를 대표하는 저명 국제 학술지에서 에디터를 맡고 있는 한국인 연구자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피어 리뷰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아무래도 영미권과 유럽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학술 출판 업계에서 인적 네트워크가 집중된 영미권과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피어 리뷰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술지 에디터의 입장에서는 신뢰할 만한 사람을 리뷰어로 초청해야 하기 때문에 인적 교류의 물리적 장벽이 존재하는 국내 연구자들은 어쩔 수 없이 네트워크의 중심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피어리뷰가 언어를 통해 매개되는 소통 작업이다 보니 언어적 장벽에서 비롯되는 어려움 혹은 소외 또한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