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 있는 저널에 논문을 제출할 때면 에디터에게서 리뷰어 코멘트에 맞게 논문을 수정하여 재제출하라는 소식을 듣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바람일 때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20편 가량의 논문을 대폭 수정을 거쳐 재제출했는데, 이를 통해 리뷰어의 수정 요청에 간단하고 깔끔하게 대처하는 방법 10단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 편집자의 이메일 읽기
편집자의 이메일을 주의 깊게 읽고 수정 후 재제출 요청을 받은 것이 맞는지 확인하세요.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편집자 답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i) 재제출 초청이 없는 즉시 거절 통보
ii) 조건부 승인: 작은 수정이 필요한 경우
iii) 즉시 승인, 혹은 그대로 승인: 수정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이지만, 수정 제안을 받을 수도 있음
확실하지 않다면 편집자에게 문의 메일을 보내거나 경험이 많은 동료에게 이메일을 검토해달라고 부탁해 보세요.
2. 수정할 내용 엑셀 리스트로 정리
리뷰어의 수정 제안 사항을 목록으로 정리하기 위해 엑셀에서 4열짜리 표를 만드세요. 각 열에 제목을 “리뷰어”, “제안점”, “답변”, “현 상태”로 기입하고 특히 두, 세 번째 열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열 너비를 조정하고 텍스트 줄바꿈을 선택합니다.
3. 리뷰어와 편집자 코멘트에서 제안점 발췌
리뷰를 주의 깊게 읽고 수정 제안점을 발췌하여 엑셀 파일에 목록으로 정리합니다. 리뷰에 유용한 정보가 있더라도 표현 방식으로 인해 이해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가끔 있기 때문에 리뷰어 코멘트에서 유용한 제안을 모두 발췌하는 일은 지루한 과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단계의 핵심 장점은 리뷰어의 제안점을 기재한 후에는 리뷰를 다시 읽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리뷰어가 “이 논문의 가장 큰 문제는 연구 방법에 있어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점입니다.”라고 썼다면, 이는 “연구방법에서 섹션 데이터 수집에 대해 더 정확하고 완전한 논의 제시”처럼 더 간단명료한 문장으로 재작성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제안점은 리뷰어 1, 리뷰어 2, 3, 4, 혹은 편집자 등 각 출처에 맞게 분류해야 합니다.
4. 수정 제안점을 논리적인 흐름에 맞게 재배열
결과 보고에 문제가 있다거나 문헌 연구가 불완전하다는 등의 제안점을 두 리뷰어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결과 섹션에 관련된 제안점을 모두 모아 작은 카테고리로 분류해 두면 좀 더 체계적으로 논문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더 간편한 리뷰 대응을 위해 서론, 문헌 연구, 데이터 분석 섹션도 마찬가지로 정리합니다.
5. 제안에 대한 답변 방법 결정
예로, 현존하는 문헌에 해당 연구가 어떤 맥락에서 의미를 가지는지 더욱 명확히 설명하라는 제안을 받았다면, “서론에 한 문단 추가, 현 연구의 필요성을 불러온 문헌상의 공백을 명확히 전달” 등으로 기재합니다. 스스로 다음 단계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수정안을 계획해야 합니다.
리뷰어의 모든 제안에 답변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모든 언급에 답변하고 수정된 논문 중 해당 코멘트에 대응하는 수정 부분이 어디인지 명시합니다. 저자로서 동의하지 않는 제안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것은 괜찮지만, 리뷰어의 제안점에 맞게 수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리뷰어가 연구 개선을 위해 추가 혹은 대체 실험을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연구의 주장에 대해 이 단계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여 답변합니다. 세 번째 열에 각 코멘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명확한 안내 지침을 써 넣습니다.
6. 수정 계획을 단계별로 접근
리뷰어 제안점을 요약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결정했으므로 이제 수정 계획은 명확해졌습니다. 이제는 실제로 하나씩 수정할 차례입니다. 너무 막막하면 가장 쉬운 것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보통 가장 쉬운 것들은 문법, 맞춤법 수정과 같은 소소한 수정들일 것입니다. 혹은 참조 목록에 인용을 더하는 것처럼 더 쉬운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7. 엑셀 파일 이용하여 편집자에게 답변서 쓰기
작성한 엑셀 파일을 당연히 편집자에게 보내지는 않을 테지만, 이 파일을 이용해 깔끔하고 완전한 답변서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답변서는 예로 이렇게 씁니다. “리뷰어 1에게 현존 문헌에 맞게 연구의 문맥을 설정하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에 따라 해당 연구의 필요성을 유발한 선행 연구의 공백에 관해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8. 재확인
원본 리뷰로 돌아가 빠뜨린 것이 없는지 확인합니다. 편집자에게 보내는 답변서도 재검토해서 모든 제안이나 코멘트에 대응하고 그 답변 방식을 설명했는지 확인합니다.
9. 마지막으로 논문 읽기
수정 후에도 논문 내 주장의 흐름이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마지막으로 논문을 정독합니다. 읽을 때는 리뷰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원본 논문이나 리뷰어 코멘트는 전혀 모르는 독자임을 가정하고 읽습니다.
10. 논문 재제출
수정 내용에 만족한다면 수정 논문과 답변서를 저널 편집자에게 다시 보냅니다.
몇 달씩 논문에 매달린 후에 대폭 수정이라는 피어 리뷰를 받게 되면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정 후 재제출” 결정에 낙담할 필요가 없습니다. 편집자가 수정 및 재제출을 요구했다는 것 자체가 수정만 한다면 논문에 잠재력이 있고 출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 그리고 리뷰어 코멘트에 체계적으로 답신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합니다.
이 글은 타냐 골라쉬-보사 박사의 블로그에 게재되었던 기사로, 저자의 허가를 받아 재기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