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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밖 경력 탐색 시리즈 04] 전문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융합적 투자자,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투자심사역(VC) 곽용도 박사 (Ph.D.) 인터뷰

이주현 | 2023년4월10일 | 조회수 502
[학계 밖 경력 탐색 시리즈 04]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투자심사역(VC) 곽용도 박사 (Ph.D.) 인터뷰
곽용도 /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투자심사역, 유안타인베스트먼트

* 이 인터뷰는 연구자들을 위한 ‘학계 밖 경력 탐색’을 주제로 다양한 전문가와 만나고, 학계 밖의 직업과 커리어 전환 여정을 탐구하는 시리즈 기사입니다.


곽용도 박사님 (Ph.D.)은 뇌질환과 생체리듬 간의 분자적 연결고리 연구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산업계에서 다양한 뇌질환의 신약개발 연구를 하다가, 현재는 학계와 산업계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업계에서 바이오 헬스케어 전문 벤처캐피탈리스트(VC, Venture Capitalist)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전문성에 뿌리를 두고 다양한 영역으로 가지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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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곽용도 박사님, 반갑습니다! 인터뷰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의 직업적 여정(학문/비학문 트랙 모두 포함)과, 학계 밖에서 이루어진 커리어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커리어를 바꾸게 된 계기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유안타인베스트먼트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투자심사역(VC)으로 재직 중인 곽용도입니다. 저는 석/박사 학위는 신경과학(Neuroscience)을 전공했고, 그 중에서도 조현병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들과 생체리듬(Circadian rhythm)의 분자적 연결고리에 대한 연구를 했었습니다. 학위를 마칠 무렵, 당시 대부분의 신경과학 전공자들이 그러했듯 저도 해외로 박사후 연구원으로 진출하려고 했습니다. 지원 이메일을 돌리던 중, 마지막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국내 기업 중 한 곳에 지원을 해봤는데, 공교롭게도 국내 기업에서 연락이 제일 먼저 오더군요. 산업계에서의 연구 방식이 궁금하기도 했고, 제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기업이었기에 산업계로 진출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SK바이오팜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학위 과정 중에는 뇌질환의 기전에 대해 연구를 했다면, SK바이오팜에서는 그 다음 단계인 신약개발이라는 분야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SK바이오팜에서는 다양한 뇌질환들의 신약개발 연구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유레카를 외쳐 보기도 했고 좌절도 겪어봤습니다만, 제가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산업계는 기초연구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분야가 엮여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제가 이 업계에서 성장하려면 연구 외에 다른 무기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고민이 비즈니스를 알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MBA를 비롯한 여러 방면을 고려한 끝에 투자업계로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학위과정 때부터 십 수 년간 파이펫을 밥숟가락 삼아 살아왔던 터라 연구직을 그만둔다는 것에 대해 오랜 기간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 한발을 내딛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연구직 배경을 가진 VC투자심사역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흥미로운 커리어 전환 과정입니다. 투자심사역 또는 벤쳐캐피탈리스트라는 직무가 낯선 분들을 위해, 해당 직군에 대해 조금 더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우선 VC는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의 약자이며, 투자심사역을 Venture Capitalist라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VC는 장래 성장 가능성이 큰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일을 합니다. 투자심사역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투자 대상의 발굴을 비롯하여 기업 분석, 투자 전략 및 수익성 분석, 사후 관리 등 다방면으로 역량이 요구됩니다.

투자 대상의 발굴은 딱히 정해져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심사역들마다 각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자발적으로 투자 대상을 발굴해야 하는데요, 투자 대상 발굴을 위한 네트워크에는 VC 심사역들 간의 네트워크를 포함하여 학계, 산업계의 네트워크 등 다양한 곳에서 잠재적 투자 대상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게 됩니다. VC 심사역들이 사람을 많이 만나야 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비단 투자대상 발굴뿐만 아니라, 동반 투자자를 찾거나 투자 대상의 평판 조회(reputation check)에도 네트워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제가 주로 투자를 하는 바이오헬스케어 영역은 분야의 특성 상 기업 분석을 위해 과학적 전문 지식이 요구됩니다. “과학”을 사업 영역으로 하는 비상장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기에, 학계 및 산업계에서의 경험이 상당히 중요하며, 신약 개발 기업에 투자할 경우 질병기전 및 파이프라인 분석 등 전문 지식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비록 전문성이 있다고는 하여도, 과학 기술 자체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에 심사역들도 꾸준히 새로운 정보에 대해 공부를 해야 됩니다.

VC 심사역은 기본적으로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되기 때문에,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재무구조 및 수익성 분석을 위한 역량이 요구됩니다. 투자 대상의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사업성이 없거나 수익률이 낮을 경우 투자를 진행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VC 심사역들은 최신 과학 기술 트렌드를 빠르게 읽으면서, 어떻게 사업화가 될 수 있을지, 파급력은 어떻게 될지에 대한 통찰이 필요합니다.

VC는 재무적 투자자이기에 자본 제공이 가장 큰 역할입니다만,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하여 다방면으로 지원을 해야 됩니다. 결국 피투자기업의 성공이 VC의 성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또한 단순히 피투자기업의 IPO가 끝이 아닌, 상장 후에도 본질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어야만 투자 업계에도 선순환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피투자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 생태계에 투자자들 역시 포함되기 때문이지요.

투자 후 사후 관리 방안으로는 피투자기업의 창업자와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사업 현황을 체크하는 하는 한편, 피투자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업자의 경영 활동에 고충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시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같이 모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공동 연구, 또는 기술 이전을 위한 파트너를 물색해주거나 국가과제 지원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VC가 피투자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물색해주는 헤드헌터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Q. 업무 범위가 매우 넓고 흥미롭습니다. 박사님의 커리어 전환에서 도움이 된 것은 무엇이셨나요? 또, 어떤 도전에 직면하셨나요?

제가 전문성을 가지고 투자하는 영역은 바이오 분야입니다. 사실 바이오 전문심사역 중에는 R&D, 허가, 임상 및 사업개발, 그리고 의약학계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의 심사역들이 있습니다. 한편 바이오 분야는 창업자의 연구역량 분석과 및 사업영역에 대한 과학적 이해 수준이 투자 대상의 사업을 파악하는데 중요한데요, 이런 면에서 저의 학위 과정 및 산업계에서의 연구 커리어는 투자 업계로 전향하는데 가장 크게 작용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질병의 기전을 이해하고, 실제로 신약개발 연구를 해봤던 경험이 바이오 벤처의 “이론”과 “현실”을 파악하는 것에 가장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연구원으로의 경력은 전문성은 담보가 되지만, 시야가 좁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도 합니다. 사실 VC 투자심사역은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에 대해 빠르게 캐치해야 되는 한편, 다양한 영역을 아울러 봐야 되는 융합적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기술이 발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고 융합연구를 추구해왔던 편이라 성향적으로 커리어 전환에 유리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연구원 시절, 연구 내용에 대해 사람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이 즐거웠던 터라 VC심사역으로 재직하면서도 많은 분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편입니다. 이런 저의 성향이 투자업계로 전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반면, 저는 이공계에 뿌리가 있다보니, 투자업계에 필요한 금융지식 및 관례와 관련하여 난관에 부딪힐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자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고, 관련 교육을 듣기도 했습니다만,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면서 제가 모르던 영역에 대해 조금씩 습득해 나가는 중입니다. 뿌리를 잃지 않되, 가지를 넓혀보고자 하는 생각입니다.

Q. 현재 일하고 계신 영역에서 석/박사 과정 학생들과 연구자가 탐색할 수 있는 직업 기회 유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바이오 산업이 커지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바이오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처럼 VC의 투자심사역 포지션이 있는 한편, 대기업/중견기업 소속의 CVC(Corporate Venture Capital)에서의 투자심사역도 있습니다. 투자 업계 외에도 증권사의 제약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로서의 커리어도 있으며, 바이오 벤처기업의 IPO나 M&A등을 주관하는 증권사 IB부서에도 바이오 전문 인력들이 있습니다.

다만, 기초과학 분야에서 바로 금융권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며, 산업계나 금융권 관련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금융투자업계 진출을 희망하는 학생 또는 연구자들의 경우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미리 계획을 세우되, 주변에 유사한 직업군을 가진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그런 분을 찾기 힘드시다면 저에게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 곽용도 부장님과 연락을 하고 싶은 분들은 인터뷰 기사의 댓글 또는 insights@editage.co.kr로 메일을 주시면, 내용을 전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Q. 해당 분야의 커리어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 분들에게 정말 소중한 조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박사님의 경험에 비추어 보실 때, 석/박사과정 학생이나 연구자들이 학계 밖의 진로를 탐색할 때에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은 몇 가지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미 석박사 과정을 시작했거나 학위 후 연구자로 활동하시는 분이라면, 학계 외의 커리어로 전향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학계의 연구 주제와 유사한 연구를 하는 산업계로의 진출이라면 상대적으로 커리어의 연속성이 있겠습니다만, 전혀 다른 연구를 하는 곳으로 진출하시거나 혹은 연구가 아닌 다른 업종을 생각하신다면, 더더욱 심사숙고를 하셔야 됩니다. 저는 연구를 하시던 분들이 투자 업계로 전향을 희망한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 정체성을 잃지 않기를 권합니다. 대학원을 진학했거나 박사후 연구원으로 계시다면 이미 Specialist의 영역으로 진입을 한 것이라 생각이 되는데요, 제가 투자업계로 전향 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Generalist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Generalist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Generalist를 벗어날 수 없지만, Specialist로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은 Generalist로 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Specialist로서의 정체성을 망각하게 되는 순간, Generalist와 차별성이 없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학위 하느라 나이는 나이대로 먹고 사회에 늦게 진출했는데 경쟁력마저 없어지는 셈이지요. 학위 자체가 경쟁력인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Specialist에게 Generalist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대신, Specialist로서의 영역은 무디어지지 않도록 엣지를 살리되, 이외의 영역은 Generalist로서 넓게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2. 확장성이 필요합니다. 특정 주제에 깊게 연구를 하다 보면, (물론 유행 따라 연구주제를 바꾸는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이외의 분야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둔감해지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반면, 투자 업계에서 다양한 기업에 투자를 하려면, 본인의 연구 주제 이상의 넓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특히 과거에 비해 지금은 과학기술이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제가 학위를 시작했던 16년 전, 그리고 신약 개발 연구를 시작했던 9년 전과 비교해도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로 질병의 기전연구를 비롯해서 실험 장비나 테크닉, 약물의 종류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나 두뇌와 컴퓨터 간의 인터페이스(Brain computer interface) 등, 과거에는 서로 이질적이었던 산업군이 점차 융합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본인의 전문성이 있는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자기 객관화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투자 업계에서 본인의 전문 영역을 확장해 나가다 보면, 전문성과 비전문성 사이의 불분명한 영역(Grey zone)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특정 분야에 여러 번 투자를 하면서 투자 관련 IR(Investor Relations) 자료들을 자주 검토하다 보면, 스스로 전문가처럼 느껴지면서 말이 술술 나올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더닝 크루거 효과(*편집자 주: 인지 편향의 하나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처럼 어설프게 약간의 지식이 있을 때 가장 자신감이 충만해진다는 것인데요, 옛말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설픈 지식과 자신감이 겹쳐질 때 자칫하면 쓰라린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자신의 위치가 어딘지,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메타인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르는 부분은 채워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저 스스로도 가장 경계하는 지점입니다.

4. 마지막으로 대인관계가 중요합니다. 물론 학계에서 연구할 때에도 제1저자 외에 제2, 제3 저자가 있듯이 혼자서 모든 연구를 하지는 않는 이상, 대인관계가 중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그러나 학계 이외의 직업군에서는 대인관계가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입니다. 산업계의 신약개발 연구만 해도 적게는 10명 내외, 많게는 수십명의 사람들과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역할을 나누어 함께 연구를 해야 합니다. VC투자심사역은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되고 네트워킹이 가장 중요한 직업군이라 대인관계가 아주 중요합니다. VC투자심사역이 적성을 많이 타는 직업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곽용도 박사님, 투자심사역(VC)라는 낯선 직업군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계 밖의 커리어를 꿈꾸는 연구자 여러분들, 인터뷰 기사 댓글을 통해 더 궁금하신 점이나 앞으로 다루었으면 하는 분야에 대해 알려주세요. 에디티지 인사이트가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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