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문화는 연구의 우수성을 위한 열쇠입니다. 긍정적인 연구 문화는 연구자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내도록 격려하고, 직면하는 어려움에 대해 열린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연구 문화는 근본적으로 경쟁적이고, 스트레스가 많으며, 위계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수한 연구를 위해 오랜 근무 시간과 업무 압력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게 되는 일도 흔합니다. 이는 전 세계으로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이 글에서는 아시아의 연구 문화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최근 캑터스 커뮤니케이션즈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성이 높은 학계 정신 건강 설문 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160개 이상의 국가와 13,000여 명의 설문 조사 응답자들의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 출신입니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서양의 영어권 국가와 아시아 국가의 연구 문화 차이에 대한 독특한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연구자들은 동료들과 얼마나 자주 업무 스트레스에 대해 토론하는가?
흥미로운 사실은 전체 응답자의 50% 이상이 동료와 직장으로부터 인정을 받는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동료들과 업무 관련 스트레스를 논의하는 것을 자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일본 연구자의 47%가 기피 의사를 밝혔습니다. 아시아 연구자 대다수가 밝힌 이유는 동료들이 자신의 문제에 공감할 수는 있지만, 해결책을 제시할 처지는 아닐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조직이 업무 스트레스를 진지한 이슈로 다루고, 연구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잘 관리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음을 보여 줍니다.
연구자들은 매주 몇 시간씩 근무하는가?
연구자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보면, 응답자의 1/3(31%)이 주당 50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는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한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자들에게 긴 노동 시간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아시아 연구자들이 가장 긴 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중에서도 동아시아 연구자 43%가 주당 50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문화적 규범을 반영한 것일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어떤 지원을 받고 있는가?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생산성을 유지하고 번아웃 증상을 피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이에 각 조작은 연구자들의 업무량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 연구자들을 지원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의 많은 연구자들은 제도적 정책이 부족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실제로 호주·오세아니아(31%)와 유럽(36%)의 연구진과 비교했을 때 아시아계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7%)가 자원이 부족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하고 있으며 상당히 자주 벅찬 느낌을 받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자신의 연구 환경을 어떻게 인식하고,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전체 응답자 중 38%는 한 달 이내에 업무 상황이 매우 자주 버거웠다고 응답했습니다. 특기할 점은 낮은 비율의 아시아 응답자(일본의 경우 25%)들이 업무 상황에 대해 벅찼다고 답한 부분입니다. 제도적 정책의 부재, 긴 근무 시간, 스트레스 관리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 부족에도 불구하고, '학계 전반의 문화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라고 답한 아시아 연구자는37%에 불과했습니다(영어권 국가의 응답자 70%).
그러나 아시아 연구자들은 업무 관련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도움을 구할 가능성이 가장 낮았고, 압박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가장 높았습니다. 아마도 문화적 규범이 아시아의 연구자들이 자신의 업무 환경을 인식하는 방식, 정신적 어려움에 대한 태도, 전문적인 도움을 구하고자 하는 방식 등에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풍요로운 연구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법
연구자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는 하였지만, 아직은 대부분 주변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인지하고, 건강한 연구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의식적인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적 제약을 넘어, 정신 건강에 대한 공개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자신의 삶을 훼손하지 않고, 연구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 해당 설문 결과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이 더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2020년 학계 정신 건강 설문 보고서를 다운로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