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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저널의 국제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저널 편집위원회의 국제화

에디티지 인사이트 | 2018년2월13일 | 조회수 10,255
저널 편집위원회의 국제화

이 글은 ≪THE WIRE에 게재된 글이며 저자인 Sarah Iqbal(인도 알리가르 무슬림 대학 생화학과 선임 연구원)과 출판 에디터 Vasudevan Mukunth의 허가를 받아 이곳에 재수록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은 연구 저널에 실린 논문과 관련된 지표에 의해 좌우됩니다. 따라서 누가 출판 가능한 과학을 생산하고 공리적으로 어느 출판사가 이들의 논문을 인쇄하기로 했는가에 초점을 맞춰 많은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한 과학자팀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조사한 뒤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어떤 과학자가 어떤 저널에 출판할 것인지를 누가 결정하는지 조사하였으며 이러한 게이트키퍼 대부분이 더 발전되고 풍요로운 국가 출신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바로 저널의 편집위원회에 있는 에디터들입니다. 플로리다 연구팀은 이러한 편집위원회 구성이 전체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연구 논문이 출판된 때에도 편집위원회는 변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저널 자체가 더 국제화되면서 다양한 지역 사람들이 편집위원회에 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불식시킵니다.

24개 저널을 분석한 Emilio M. Bruna와 그의 연구팀은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의 지위가 미약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과학자이자 이 연구를 주도한 Bruna 박사는 “오늘날까지도 에디터의 50% 이상이 미국이나 영국 거주자”라고 ≪The Wire≫에 말했습니다. “이는 저널의 한쪽으로 기운 국제화를 반영합니다.”

이 연구 결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 에디터들이 바로 과학 지식의 게이트키퍼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논문의 검증 수단을 제공하는 것 외에 어떤 연구가 출판되어 저자의 동료 연구자들에게 ‘가시화’될 것인가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모두가 탐내는 이 위치의 상당한 비중을 선진국 출신 과학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되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동질적인 위원회는 개발도상국 출신 과학자들을 저버린 채 일부 연구 분야를 우선시하고 다른 분야를 배제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면 게재할 논문을 선택할 때 무엇이 지역적으로 관련성 있고 무엇이 세계적으로 관련성 있는 것인가에 관한 문제가 있습니다. 티루파티 인도과학교육연구원(Indian Institute of Science Education and Research, IISER)의 V.V. Robin은 ≪The Wire≫에서 “일부 문제는 개발도상국에서 제기되었을 때 지역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고, 반면 지구 북방 선진국에서 제기된 문제는 순전히 이 지역의 연구자 규모와 이들의 단단한 결속으로 인하여 폭넓은 관심을 받는 문제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풍부성(richness) v. 다양성(diversity)

이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Bruna 박사가 브라질에서 젊은 과학자로서 수없이 들었던 말입니다. “동료들은 종종 [에디터들이] 우리 논문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이 누구이고 어디 출신인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편집위원회에 지리적 편향이 있다는 사실은 1980년대에 처음 자명하게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많은 연구자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이러한 편향을 문서로 입증하고자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의 표본 조사 기간이 1년이나 2년 정도로 짧았습니다.  

이것이 Bruna 박사 연구팀이 조사 기간을 길게 잡은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이들은 1985년부터 2014년까지 저명한 24개 생태학 저널을 조사했습니다. Bruna 박사는 “생태학이 현장에 기반을 둔 분야이고 지역적 문제점을 잘 알고 있어야 하는 분야라 생태학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Bruna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실험실에 기반을 둔 다른 연구 분야와 비교하여 이 분야에서 지리적 편향이 더 분명할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이들은 각 에디터의 출신 지역과 출신 국가, 그리고 편집위원회 합류 당시 출신 국가의 1인당 소득을 살펴봤습니다. 그런 다음 위원회 구성의 연중 타임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특정 연도에 얼마나 많은 에디터가 고용되어 있었고, 이들 중 몇 명이 유럽인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령 유럽 출신이고, 이러한 패턴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과 같은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결론을 고려해볼 때 생태학 저널을 선택한 것은 적절했습니다. Bruna 박사는 “생태학에서 풍부도와 다양성은 매우 다른 두 가지 개념”이라고 말합니다.

15종의 조류가 사는 숲은 10종의 조류가 사는 숲보다 더 풍부합니다. 하지만 두 숲 모두 15종의 조류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한 숲에서는 주로 까마귀만 보이고 다른 숲에서는 까마귀와 독수리, 참새, 딱따구리를 볼 기회가 동등하다면 두 숲 모두 동등하게 풍부하다(rich) 해도 두 번째 숲이 더 다양하다고(diverse)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연구팀은 편집위원회가 더 다양해졌지만, 그만큼 풍부해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1985년부터 2014년 사이에 이들은 편집위원회의 평균 규모가 4배 확대되었음을 발견했습니다. 따라서 신흥 국가 출신의 더 많은 사람이 편집위원회에 합류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풍부도는 상당히 떨어집니다.  

Bruna 박사는 다음과 같은 좋은 예를 들었습니다. “인도만큼 규모가 크고 많은 과학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스웨덴과 같은 국가보다 대표자가 적다는 점은 이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이뿐만 아니라 에디터들을 이들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에 따라 분류한 Bruna 박사 연구팀은 저널이 소수 지역에서 선출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더라도 부유한 국가에서 에디터를 영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저널이 편집위원회에 아시아 출신 과학자를 영입하고자 할 때 인도와 인도네시아보다는 일본과 싱가포르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표성을 위한 논리

그럼 다시 이런 불균형을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보겠습니다. 일부 연구 분야는 더 많은 경제적 투자가 필요합니다. 인도과학원(Indian Academy of Sciences) 원장 Ramakrishna Ramaswamy는 ≪The Wire≫에서 “에디터가 되려면 그런 종류의 과학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고 말했습니다. 이런 암울한 과학 연구기금 프로그램은 저널이 인도네시아가 아닌 일본에서 에디터를 스카우트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제까지 묵인되어온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Bruna 박사에 따르면 일류 저널에 출판하는 것만이 에디터 충원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닙니다. 개발도상국의 많은 과학자가 더 훌륭한 저널의 지면에 논문을 게재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원회에 영입하는 결정은 후보자 논문의 세심한 검토나 출신 지역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일반적으로 위원회 자체 내에서 후보자 지명이 요청됩니다. 구성원들은 자신이 알고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 이름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선호는 작았던 편향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멀리 떨어진 지역 과학자들과의 만남과 친교는 제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신의 잘못과는 상관없이 에디터로 뽑힐 기회가 줄어들게 됩니다.  

Ramaswamy는 “이런 결정은 전화번호부를 집어 들고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접촉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도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연결이 맺어지는 국제회의에 많이 참석하지 않습니다. 연구 기금이 적은 것도 한 가지 이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인도 과학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것은 결국 더 많은 연구 기금을 확보할 수 없게 하고 악순환은 영속된다”고 Ramaswamy는 덧붙였습니다.

유럽인 에디터는 남아시아의 연구자에게 중요한 연구 문제를 간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원회에 있는 남아시아 출신 연구자는 (최소한 유럽인 에디터보다 더 자주) 광범위한 지역 그룹에 영향을 미치는 논문이나 지역 문제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논문이 중요하게 다뤄지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신중히 고려된 저널 대표 편집위원 구성은 저소득 국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적인 이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삼림 벌채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방출하며 지구 온난화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동시에 말라리아는 캐나다보다 캄보디아에서 더욱 다면적인 문제지만, 의학 문헌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의의 방관(benign neglect)은 풍부하고 다양한 편집위원회를 구성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현재 지구 남반구에는 자격을 갖춘 과학자가 충분히 많이 있습니다. 확인된 바와 같이 2014년 (Bruna 박사 연구팀이 조사한) 24개 저널에 논문을 출판한 개발도상국 과학자 수는 이 저널들의 전체 에디터 수의 세 배가 넘었습니다. 물론 선진국 출신 과학자들이 훨씬 더 많은 논문을 출판한 것은 사실이지만, Bruna 박사의 말대로 “에디터 비율과 기여자 비율을 서로 비춰보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이 논문은 2017년 12월 12일 ≪PLOS Biology≫에 게재되었습니다.

Sarah Iqbal는 인도 알리가르 무슬림 대학(Aligarh Muslim University) 생화학과 선임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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