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노트: TL Jordan(@TLJordanScience)은 면역학 대학원 2학년으로, 메이요클리닉 의생명 대학원의 Ramirez-Alvarado 연구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던이 어려운 학교생활 중에 불안장애, 우울증과 싸워야 했던 이야기로, 트랜스 논 바이너리라는 성 정체성을 가진 박사생으로서 커밍아웃해야 했던 지난한 경험과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역경들에 관해 풀어 놓았습니다.
제 이름은 TL Jordan (they, them이라는 대명사로 불러주세요) 이고, 면역학을 공부하는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저는 트랜스 논 바이너리 퀴어이기도 하고,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접근성, 권익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몇 개월 후면 박사과정 2년 차가 되는 이 시점에 학계에서 보낸 제 시간을 되돌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힘들었다는 말로는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자마자 이전 학부 시절, 몇 년 동안 고생했던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재발했습니다. 새로운 학교에는 제대로 된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고 여태껏 의지해오던 친구들과도 멀리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외로웠고 가면증후군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으며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불안감에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가끔은 살아 있는 이유를 찾는 것조차 어려운 날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도움을 받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은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약을 먹고 치료를 받으러 다니기 시작하자 힘든 날이 조금은 덜 힘들어졌고 그 덕분에 스트레스와 대학원에 대한 회의감을 조절하기가 조금은 수월해졌습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정신 질환과 싸우는 걸로는 아직 모자란다고 느꼈는지 저는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기로 결심했습니다. 2017년 10월, 저의 성 정체성에 관해 몇 년간의 고민을 끝낸 후였습니다. 학교에도 커밍아웃하기로 했습니다. 제 연구실 PI 선생님께 가장 먼저 말씀 드렸는데, 그 분은 지체 없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시며 학교 전체에 커밍아웃하는 일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물어 보셨습니다. 지금까지도 퀴어 정체성과 권익 운동의 길에서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시는 분이시고 저는 그 분께 정말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나머지 학교는 저의 커밍아웃을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머지않아 저는 혼자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체성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학교에는 정말 몇 안 되는 퀴어 학생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대부분 게이였고 논 바이너리 학생은 저뿐이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도 저 외에는 논 바이너리 연구자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고립감 때문에 저는 빠르게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정신 건강을 위해 애써 만들어 놓았던 대처 기전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울증 때문에 외롭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로 외로운 것을 더는 구분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제가 불리기를 원하는 호칭을 요구해도 거의 묵살당했고 어디를 가도 젠더가 나뉘어 있었으며 학교 정책들조차 성별 구분에 국한되어 있어 저 스스로 틀린 젠더를 선택하지 않는 이상 논 바이너리 정체성으로는 학생 혜택을 받을 자격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대학원에, 심지어 학계에 속할 수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술계가 정신 질환을 숨기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점점 더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정신 질환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아무도 도움을 청하지 않습니다. 힘들어하는 것은 나약함의 표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건 그저 인간의 상태입니다. 항상 강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정신 질환과의 싸움에 대해 소리 내어 이야기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저에게는 하루하루가 승리이고, 아주 작은 진척도 기쁨입니다.
물론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제가 겪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박사이건, 학부생이건, 혹은 테뉴어를 목표로 하는 교수이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투쟁에 관해 더 이야기할수록 우리의 실패에 대해 더 정직할 수 있고 우리를 우러러보는 사람들에게 약해질수록 정신 질환에 대한 STEM의 해로운 문화를 한 조각씩 떼어낼 수 있습니다.
도움이라곤 되지 않는 환경에서 커밍아웃하면서 동시에 우울과 불안을 떨쳐내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은 대학원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지만,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든든한 지원자인 멘토와 연구실 동료들이 제가 잘 지내는지 언제나 안부를 물어주고 스트레스가 폭발할 때면 숨구멍을 틔워주었습니다. 상담사 선생님은 제 인생의 면면을 관리하기 위해 계획을 함께 세워 주시고 제 마음을 잘 돌보고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일생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고 계십니다.
저를 믿어주는 우정이 끈끈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매일 제가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러주는 친구들입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있지만 저는 살아있을 수 있고 성공할 능력이 있습니다. 저는 제 정신질환보다 큰 사람입니다. 저는 사랑 받고 있고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성공적인 대학원생이고 제가 이룬 것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더 많은 것을 이룰 것입니다.
저의 싸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누군가는 조금 덜 외롭게 느끼기를, 학계가 기대하는 것처럼 완벽하고 기계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느끼게 되기를 바랍니다. 정신 질환에는 불필요한 낙인이 찍혀 있습니다. 우리는 정신 질환이 현실이며 누구나 살면서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나이가 적든 많든, 학생이든 교수든, 정신 질환은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계에도 정신 건강과 관련된 문제로 싸우고 인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정신질환은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지 않습니다. 힘들어하는 과학자도 똑같이 능력 있는 과학자입니다.
제 이름은 TL Jordan이고, 매일 우울과 불안에 싸우는 트랜스 논 바이너리 퀴어입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가 아니고, 당신도 혼자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