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6일 그의 첫 번째 내년도 연방 예산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과학 예산의 대대적인 삭감을 제안하며 과학 커뮤니티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기후 연구와 지구과학 분야에 타격이 있으리라는 것은 예상됐지만, 트럼프는 그뿐만 아니라 지난 수년간 양당의 지지를 받아온 주요 과학 기관들을 축소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예산 청사진(America First: A Budget Blueprint to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 예산안은 국립 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재정 지원을 상당한 수준인 18% 삭감하여 259억 달러로 줄일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또한, NIH 산하 27개 연구소의 조직 개편을 요구하였으며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규모가 가장 작은 포가티 국제센터(Fogarty International Center)는 해체될 것입니다. 이러한 제안은 생의학 연구 지지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나, 많은 이들은 의회가 역사적으로 생의학 연구에 대한 재정 지원을 지지해 온 만큼 이 예산에 제안된 급진적 변화들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기관은 만 5천 명의 현재 인력에서 약 5분의 1을 감축하고 현재 예산인 82억 달러에서 31%를 삭감해야 할 위기에 처한 환경보호청(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입니다. 더욱이 EPA 산하 연구개발국(Office of Research and Development)의 예산은 절반 수준으로 삭감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환경 정책을 재정비하고자 하는 시도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예산안에는 국립 해양대기청(NOAA,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의 기상 위성 프로그램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 기관이 어떻게 재정 지원을 받게 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2012~2013년 NOAA의 최고 운영 책임자였으며 미 해군의 해양학자였던 David Titley는 “이 예산안에서 세부적인 사항을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정부는 기상 연구와 기상 관측 시스템에 적어도 20%가량 예산을 삭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예산안과 관련하여 논란의 중심에 있는 또 다른 기관은 국립 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입니다. NASA의 예산 삭감 폭은 1%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상 행성 부문(planetary division)의 예산은 16억 달러에서 19억 달러로 증액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예산안이 NASA에 “지구 중심 연구보다는 심우주 탐사”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예산안에 빠져있어 눈에 띄는 기관은 국립과학재단(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입니다. NSF가 지원하는 연구는 미국의 대학교와 대학이 연방 지원을 받아 수행하는 모든 기초 연구의 24%에 달합니다. NSF의 지구과학과 사회과학 부문이 공화당 의원들의 표적이 되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기관이 빠진 것은 많은 학자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번 예산 초안에는 이러한 구체적 사항이 몇 가지 빠져있으며 대통령은 다가오는 시기에 좀 더 상세하고 심도 있는 버전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백악관의 예산안은 단지 청사진일 뿐이며 승인을 받기 전 의회에서 충분히 심사숙고될 것입니다. 비록 트럼프 지지자들이 상원과 하원의 대다수 직책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 중 일부는 이 예산안의 특정 측면에 반대된 견해를 갖고 있음을 표했습니다. 이 예산안은 심기를 상당히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있지만, 이 중 어떤 것이 정식 승인을 얻고 어떤 것이 폐기될 것인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