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과학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경험이 풍부한 트레이너이자 저명한 작가인 바버라 가스텔과 함께 나눈 인터뷰 시리즈 1편입니다.
지금까지 에디티지 인사이트에서 진행한 인터뷰는 대체로 저널 출판 과정과 시스템, 출판 업계 동향, 그리고 저널 투고를 위한 원고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직업 선택 옵션으로서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출 뿐 아니라, 과학적 글쓰기(scientific writing)와 과학 글쓰기 (science writing)의 차이를 짚어내고, 과학적 연구 결과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할 때 우리가 생각해야 할 이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바버라 가스텔(Barbara Gastel):
텍사스 A&M 대학교 수의학/생물학부 및 의료인문학부 교수인 바버라 가스텔은 과학 커뮤니케이션 계에서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 현재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과학 기술 저널리즘 석사학위 프로그램을 꾸리고 있는 가스텔 교수는 학술 글쓰기 트레이닝과 과학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대중에게 과학을 제시하는 방법(Presenting Science to the Public)>, <과학 강의: 대학과 전문학교 강사들을 위한 가이드(Teaching science: A Guide for College and Professional School Instructors)>, 그리고 <의료 분야 저자를 위한 핸드북(Health Writer’s Handbook)> 이상 세 권의 저서를 출판했다. 또, 로버트 A. 데이와 함께 <과학 논문 집필과 출판 (How to Write and Publish a Scientific Paper)> 최신판을 집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가스텔 교수는 집필, 편집, 강의, 그리고 의학을 주제로 논문을 비롯한 여러 글을 발표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는 과학편집자협회(CSE)의 정기간행물인 <사이언스 에디터(Science Editor)> 편집자로 일했다.
바버라의 업무 경험은 풍부하면서도 다양하다. 예일 대학교에서 학사학위,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 및 공중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뉴스위크에서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대중매체 펠로우십 과정을 수료하고 국립보건원(NIH)에서 커뮤니케이션 및 행정 담당자로 일했다. 가스텔 교수는 MIT에서 과학 글쓰기 강의를 진행했고, 현 베이징 대학교 보건 센터에서 방문 교수로 기술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쳤다. 1989년 텍사스 A&M 대학교에 임용되기 전에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의대 티칭 부서의 부학장으로 근무했다.
1996년부터 2007년까지 이어진 가스텔 교수의 활동 중에는 뉴욕 중국의학협회 (China Medical Board of New York)의 지원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생의학 분야 논문 집필과 교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이끄는 역할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제 개발 기구인 INASP가 2007년 설립한 개발도상국의 연구자들의 논문 집필과 출판을 돕는 프로젝트인 AuthorAID 에서도 설립 당시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가스텔 교수는 미국 의학 저술가 협회(AMWA) 및 과학편집자협회(CSE)를 비롯한 여러 단체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2006년 생명과학편집자협회 (Board of Editors in the Life Sciences)의 생명과학 명예 편집자로 임명되기도 했다. 2010년 가스텔 교수는 미국과학연구학회 (Sigma Xi)로부터 John P. McGovern Science and Society Award 상을 수상했다. 현재 가스텔 교수는 AAAS의 회원이다.
인터뷰 제 1편: 바버라 가스텔 교수 인터뷰 1편에서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효율적이고 책임 있는, 윤리적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연구자와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다룹니다. 가스텔 교수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폭넓은 자장 안에서 연구자들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와 미국 과학 저널리즘이 맞닥뜨린 현재 이슈, 그리고 자신들의 연구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을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나누고 있습니다.
가스텔 교수님께서 지금까지 해오신 전문가로서의 다양한 경력과 역할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과학과 커뮤니케이션 양쪽 모두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일 때 과학 수업을 많이 들었고, 과외 활동으로 글쓰기와 편집에 대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왔지요.
의대를 졸업한 후 저는 과학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제 관심을 결합하기 시작했습니다. AAAS의 대중 매체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여름 내내 뉴스위크 매거진 의학 섹션에 참여했습니다. 이후 국립보건원에 소속된 국립노화연구소에서 글쓰기, 편집, 행정일을 결합한 포지션으로 일을 했고, 이후 국립 보건기술원 (National Center for Health Care Technology)에서도 비슷한 일을 했습니다. 그 후에는 프리랜서 의학 저술가 겸 편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가르치는 일을 좋아했기에 글쓰기 교수 자리가 생기자 지원했지요. MIT에서 과학 글쓰기를 가르쳤고, 그 뒤에는 현재 베이징 대학교 보건과학 센터가 된 기관에서 방문교수로 기술 커뮤니케이션을 2년간 가르쳤습니다. 다시 미국을 돌아온 다음에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의대에서 티칭 부문 부학장으로 근무했습니다.
1989년에 텍사스 A&M 대학교에 임용되었습니다. 현재 대학원 과정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을 꾸리고 가르치고 있으며, 또 의대에서 의료인문학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AuthorAID 프로젝트와 같은 국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집필과 편집 역시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학 논문 집필과 출판> 신판의 주저자이기도 하지요. 저는 다양한 일을 한다는 점이 참 좋아서, 늘 하루가 너무 짧다고 생각한답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흥미를 가지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 어째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임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흥미를 갖게 된 정확한 동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도 저는 의학과 과학 분야의 책과 기사를 읽는 것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자라면서 저는 제가 과학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실험보다는 글쓰기와 편집 일을 더 좋아했지요. 또, 저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인 편이어서, 글쓰기와 편집을 통해 연구의 특정 영역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과학 분야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또, 저는 과학에 대해 글을 쓰고 타인들의 글쓰기를 돕는 일이 사회에 크게 이바지한다고 믿습니다. 또 저에게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란 고되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일입니다. 마치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퍼즐을 푸는 것처럼요.
재미있는 비유입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폭넓은 자장 안에서 연구자들이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커리어 선택지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선택지들을 어떤 단계에서 생각하기 시작해야 할까요?
와, 질문이 광범위하군요. 사실 이런 주제로 글을 쓴 적 있답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몇 가지가 중복되긴 하지만 이런 선택지가 있답니다.
● 대중매체 (책, 방송, 온라인) 저술가 또는 편집자
● 대학, 연구소, 기타 기관에서의 공보 전문가
● 과학 분야 전문 협회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 과학과 관련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 저널 편집자
● 연구비 지원서 작성자
● 연구자들이 원고를 투고하기 전 다듬어 주는 편집자
● 단행본 저자 또는 편집자
● 프리랜서 저자 또는 편집자
● 과학 커뮤니케이션 강사
사람들은 이런 역할 여러 개를 동시에 수행하거나, 한 가지 역할에서 다른 역할로 옮겨가기도 합니다.
거의 어떤 단계에서든 이런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때로 제가 만나는 고등학생 중에서도 벌써부터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직업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대학원에서, 박사후과정 중에, 또는 커리어 초기든 중기든 커리어 선택의 순간은 다양합니다. 심지어 어떤 연구자들은 은퇴 후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언제든 늦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젊은 연구자들과 신진 연구자들이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조언을 해 주신다면?
젊은 연구자들과 신진 연구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과학 커뮤니케이션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우선 좋은 과학적 저술을 많이 읽기를 권합니다. 특히,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과 논문을 많이 읽고 이 분야에 대한 수업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만약 이 커리어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관련된 대학원이나 전문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과학 커뮤니케이션 인턴십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과학, 그리고 과학 커뮤니케이션 분야 전문 기관을 통해서도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흥미와 지식,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고 업계와도 익숙해질 수 있겠지요.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최근 미디어가 일반 대중들에게 잘못된 과학적 데이터나 사실을 전파해서 오해를 산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분명 복잡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간단히 제 관점을 요약한다면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대중 매체는 과학적 콘텐츠를 상당히 올바르게 제시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모든 매체가 그렇지는 않고, 때때로 최고의 매체마저도 몇 가지 잘못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올바른 과학 보도를 위해 연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기자들과 접촉하고, 일반 대중에게 맞는 형태로 콘텐츠를 제시하고, 고품질 기사를 위해 공보담당자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겠지요.
저널리즘은 사회적, 윤리적 책임이라는 개념과 긴밀한 연관이 있습니다. 과학 저널리스트가 책임 있고 윤리적인 보도를 위해 기억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번에도 광범위한 질문이네요. 아시다시피 저널리스트를 위한 기관, 그리고 특히 과학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를 위한 기관은 윤리 규정이 있습니다.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윤리 규정들을 살펴 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책임 있고 윤리적인 보도를 위해 과학 저널리스트들이 기억해야 할 몇 가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숙제를 하세요. 예를 들면, 가능한 한 깊이 있는 독서를 하세요. 이해할 때까지 취재원에게 질문을 멈추지 마세요. 잘못 이해하는 것보다 무지해 보이는 것이 낫습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점은 여러분은 대중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이지 취재원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확성과 균형을 위해 노력하세요. 물론 이는 성취할 수 있는 이상이라기 보다는 복잡한 개념에 가깝지만요. 뉴스에서 다른 아이템만을 보도하는 쉬운 길을 선택하지 마세요. 저널리즘에 대해서도, 과학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공부하세요.
오늘날 과학 저널리즘의 이슈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 분야의 이슈 세 가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미국에서 심각한 이슈 한 가지는 메이저 언론에서 과학 보도 인원의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문의 매출이 줄어들면서 여러 신문사는 과학 전문 기자의 수를 줄이거나 하나뿐인 과학 전문 기자를 해고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특히 지역 단위에서 과학 기사의 수도 줄고, 이 기사들마저 과학 기사를 쓸 만한 능력이 부족한 기자들이 다루고 있습니다. 저에겐 차라리 스포츠 기자의 수를 줄이는 게 더 맞는 조치로 보이는데 말이지요. 그러나 미국의 신문 독자들은 과학보다 스포츠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미국 내 또 하나의 이슈는 미디어의 파편화(fragmentation)입니다. 예를 들면 예전엔 몇 개의 주요 방송 네트워크만 존재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셀 수 없이 많은 채널이 있지요. 장점을 보자면 소비자들의 콘텐츠에 대한 선택권이 늘어나고 과학 콘텐츠를 다루는 시간도 늘어났습니다. 하지마 단점은 독자들이 과학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거나 과학을 잘못 제시하는 미디어를 선택할 수도 있지요. 예를 들면 기후 변화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백신에 대한 미신을 주장하는 미디어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아직까지도 유효한 이슈로 과학 저널리스트의 역할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과학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정보 전달일까요? 교육일까요? 재미를 주는 것일까요? 주장하는 것일까요? 비평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런 것들의 결합? 그때그때 바뀌는 것? 아니면 또 다른 역할일까요? 그리고 이를 누가 결정할까요? 학자들과 저널리스트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는 이 이슈는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어쩌면 이 점에 대한 각자의 관점이 어떤 미디어를 소비하는가에 대한 선택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요.
학술 출판과 과학의 대중화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그리고 과학자들이 저널리스트와 효율적으로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술 출판과 과학의 대중화는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지점들을 강조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로 학술 저널은 대중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과학 뉴스의 원천입니다. 둘째로 과학자들 역시도 때로 대중 매체를 통해 새로운 연구에 대해 알게 됩니다. 셋째로 소셜 미디어가 도래하면서 이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을 짚을 수 있겠습니다.
제가 지난 주에 했던 발표에서 과학자들이 저널리스트와 소통할 때를 위한 조언을 몇 가지 알려드렸는데, 여기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 인터뷰 제안을 수락하기 전 기자와 매체에 대해 알아볼 것
● 해야 할 일, 일정을 파악할 것
● 빠르게 응답할 것
● 인터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을 추천해 볼 것
● 시각 자료와 서면 자료를 제공할 것
● 대중에게 알려준다는 마음으로 정보를 제시할 것
● 주제를 벗어난 질문이라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
● 기자가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요령껏 확인할 것
● 기사 초안을 확인할 의사를 표현하되 요구하지는 말 것
기회가 있다면 이런 포인트들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연구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을 위한 조언이 있으시다면?
마침 제가 지난 주에 진행한 발표에서 이 점도 다루었습니다:
● 청중을 분석할 것
● 콘텐츠를 사람들이 기존에 알고 관심을 가진 바와 연관 지을 것
●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쉬운 표현을 사용할 것
● 익숙지 않은 표현에 대해서는 정의를 알려줄 것
● 연구의 규모를 효율적으로 보여줄 것
● 사람들의 관심사를 포함할 것
● 스토리텔링을 사용할 것
● 시각적 요소를 고려할 것
●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것
● 청중의 이해도를 확인할 것
언젠가 이 포인트들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가스텔 교수님!
곧 올라올 바바라 가스텔 교수 인터뷰 2편에서는 원고를 쓸 때 저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그리고 이 실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