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알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의도와 행동 사이의 이러한 간극을 미루기, 또는 지연(procrastination)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연구자에게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은 글쓰기 과정 중 가장 어려운 한 걸음입니다.
우리는 모두 미루지만, 왜 미룰까요?
연구자의 삶에서 가장 괴로운 일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대부분 집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이나 집필을 가로막는 장벽과 씨름하는 것에 대해 말할 것입니다. 특히, 이 “장벽”은 반드시 창의적인 생각을 가로막는 무언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어쩌면 ‘미루기’의 한 형태일 수 있습니다.
미루는 습관은 여러분의 생산성이나 시간 관리를 부정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끔찍한 연구자로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일을 미루는 심리를 자기 규제의 문제로 간주합니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일을 미루는 심리는 변연계와 뇌의 전두엽 피질 간의 줄다리기입니다.1변연계는 생존을 위해 뿌리를 내리고 불쾌한 것을 피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작용합니다(예: 변연계는 “기분이 좋아지려면 햄버거를 먹고 저 영화를 보자!” 라고 지시합니다). 반면, 전전두엽 피질은 여러분에 의해 통제되고 정보에 기초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예: "그 논문을 다 써야 해요!").
Source: https://twitter.com/WorkRetireDie/status/1451241637359853576 (@WorkRetireDie on Twitter)
중요한 것은 글쓰기 작업을 미루는 진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마음 상태에 대한 인식은 여러분이 다르게 반응하고 부정적인 패턴을 깨도록 두뇌를 재훈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글쓰기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여러 감정 유형들을 살펴보고, 이를 다루는 몇 가지 방법입니다.
논문 작업을 미루는 이유와 해결 방법
1. 작업을 시작할 동기가 부족합니다: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간단한 "워밍업"이 필요한 것처럼, 여러분의 마음에도 어려운 정신적 과제를 수행하기 전에 천천히 워밍업을 하는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마음의 워밍업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십시오. 여러분은 켜는 즉시 작업 모드로 전환이 가능한 전기스위치가 아닙니다(물론 이렇게 작업이 가능한 일부 운 좋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커피나 차 한 잔은 주의력과 동기 부여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활기차게 걷거나 뛰는 것과 같은 신체 활동은 기분을 좋게 하고 도전적인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끼게 합니다.
2. 자기 의심에 빠져 있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집필 능력에 대해 확신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앞에 있는 빈 문서가 마치 여러분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고, 스스로 아직 글을 쓸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자신이 글을 쓸 수 있는 만큼 똑똑하지 않은 것 같은 불안함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이 든다면, 외면하지 말고 그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정확히 글쓰기의 어떤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요?
작업해야 할 양이 너무 방대하고 다 못할 것 같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체 작업량을 하루에 소화가능한 일일 작업 달성량으로 잘게 세분화합니다 (예를 들어, 한 단락 혹은 한 섹션 완료를 하루치 목표로 세울 수 있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작은 성과를 달성하고 "스스로에 대한 축하"를 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 수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소소히 달성된 작은 성과들은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어느새 여러분을 최종 완성단계로 이르게 할 것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 부족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한 도움(작문 코치, 책, AI 기반 작문 도구 등), 혹은 초안을 매끄럽게 다듬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요 짜기를 위한 고군분투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사나 동료, 공동 저자와 아이디어를 함께 논의해 보세요. 주의를 끄는 논문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문헌 및 참고자료 정리의 늪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다양한 문헌 관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있으니까요.
3. 어딘가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무슨 느낌인지 알겠습니다. 빈 종이를 채워 나가지 못하고 있거나, 글쓰기는 시작했다 해도 글을 전혀 써 내려가지 못한 채로 여러 날을 흘려보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어진 시간 동안 작업을 수행할 때 많은 진전을 이루지 못하였더라도 너무 초조해 마시기 바랍니다. 때로는 다른 일에 몰두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압박을 받지 않는 날에 머릿속에 글의 개요나 흐름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세요. 예를 들어, 걷기, 요리 또는 실험실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할 때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머릿속에 있는 단어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글의 요점이나 아이디어, 원고에 사용하고 싶은 단어나 문구가 떠오르면 이를 바로 남겨 놓을 수 있도록 간단한 메모장이나 도구를 가까이에 두고 계세요. 휴대전화로 음성 메모를 녹음하거나 음성 받아쓰기 도구를 사용하여 기록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4. 주변의 산만함: 때로는 논문을 제때 작성하고 제출에서 오는 성공을 음미하기보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신작을 정주행 하는 등 장기적 보상보다 단기적 보상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텅 빈 화면에서 깜박이는 커서를 응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태블릿을 켜 놓고 트위터에 올라온 의미 없는 내용들을 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계속 확인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산만함을 최소화해야 할 때입니다! 휴대전화는 다른 방에 두고 소셜 미디어 알림은 음소거해 주세요. 작업 중인 기기는 앱 차단기를 켜주세요.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기 위한 일상의 작은 변화
시각화의 힘 활용: 우리는 흔히 "종료선"을 시각화하는데 익숙해 있지만, 프로젝트의 "출발선"을 시각화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출발선에 방점을 두고 포스트 잇이나 목록표 등으로 행동을 요구하는 시각적인 신호나 알림표를 만들어 봅니다.
올바른 작업 공간 찾기: 글을 쓰기 위해 늘 쓰던 책상 앞으로 돌아가는 것이 고된 일처럼 느껴지시나요? 만들어 놓은 시각적 알림표들조차 천천히 배경의 일부가 되고, 눈에 띄지 않게 되었나요? 그렇다면 작업 장소를 바꾸어 보세요. 새로운 장소로 옮겨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민함을 높이기 위해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저명한 과학 저술가 싯다르타 무케르지와 같은 사람이라면 침대에서 글쓰기2를 즐겨 볼 수도 있습니다!
최고의 창작 시간 찾기: 우리는 흔히 "글쓰기를 시작할 완벽한 시간을 기다리지 마세요" 또는 "지금이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하루 중 글쓰기에 가장 생산적이거나 혹은 창의적인 시간 때는 각자 다릅니다. 여러분이 할 일은 글쓰기 작업 중 가장 중요한 즉, 창의적인 부분을 수행할 자신만의 시간 때를 찾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압박감을 받을 때 더 잘 일하는 경향이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압박감을 의도적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그런 사람이라면 마감일이 다가오며 분출되는 아드레날린을 즐기세요!
마무리하며
일을 미루는 경험은 미루고 있는 일을 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즉각적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입니다.
이 글을 마치며 저는 여러분에게 과제를 하나 드리려 합니다. 이번 한 번만 제 시간에 글쓰기를 완료할 수 있도록 자신을 다그쳐 보십시오. 전력을 다해 예정했던 기일보다 더 ‘일찍’ 글쓰기를 끝내 보려 노력해 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에 보내기/제출 버튼을 누른 후 여러분의 기분이 어떤지 살펴보세요(경고: 정말 짜릿한 순간일 겁니다!). 그 느낌을 음미하되, 거기서 멈추지 마세요. 그 느낌을 위해 노력하고, 기억하고 내면화해 보세요. 그리고 언젠가 글쓰기를 미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를 활용해 보세요. 아시다시피, ‘보람’이라는 느낌은 오래된 패턴을 깨고 생산적인 저자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패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전부일 수 있습니다!
더 읽을 거리
참고문헌
- Sudakow, J. What you need to know about procrastination to effectively combat your natural biological tendencies. Inc. (2017). https://www.inc.com/james-sudakow/science-says-1-out-of-5-of-you-is-a-chronic-procrastinator-heres-how-to-deal-wit.html
- Fox, K. Siddhartha Mukherjee: ‘I don’t like writing as if I don’t exist’. The Guardian (2022).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22/oct/29/siddhartha-mukherjee-i-dont-like-writing-as-if-i-dont-exist#sq_h7o52cqua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