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11월, 알프레드 노벨은 당시 3천1백만 크로네(SEK) 가치를 가지고 있던 토지를 기금으로 바꾸어 오늘날의 노벨상을 설립하라는 유명한 유언장을 남겼습니다. 이 기금에서 얻는 수익을 “그해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가져다준 사람들에게 매년 상금의 형태로 분배”하라는 것이 노벨의 유언이었습니다. 노벨상에는 명예와 명성, 과학계로부터의 인정뿐 아니라 금전적인 혜택도 따라오게 되는 것입니다. 매년 수상자들은 금메달, 상장, 그리고 노벨 위원회가 결정한 액수의 상금을 받습니다.
1901년 노벨상 상금은 150,782 크로네였습니다. 상금은 매년 액수가 늘어나 2001년에는 1천만 크로네까지 올랐습니다. 2012년 국제금융위기로 상금은 8백만 크로네(110만 달러)로 줄었고 그 뒤로 같은 액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백만 달러라면 세금을 제해도 적은 금액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상금을 세 명의 수상자가 공동으로 받는 경우에는 한 사람이 받는 액수는 줄어들지요. 하지만 아무리 셋이 나누어도 상당한 액수입니다. 그렇다면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을 어디에 쓸까요?
일부 노벨상 수상자는 과학 연구를 위해 상금을 사용했습니다. 1903년 마리 퀴리는 남편인 피에르 퀴리, 그리고 앙리 베크렐과 함께 자연 방사선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고, 상금을 향후 연구에 사용했습니다. 이 결정은 얼마 안 가 수확을 얻어냈는데, 1911년 마리 퀴리가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또 한 번 수상한 것입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폴 그린가드와 같은 박애주의 성향을 가진 수상자들은 상금을 학술기관이나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21년 노벨상을 받았는데 상금 전액을 첫 번째 부인 밀레바 마릭과 두 아들에게 남겼습니다. 아마 아인슈타인은 마찬가지로 과학자로서 자신의 연구를 도왔던 마릭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아인슈타인이 이런 약속을 공증된 서류에 남긴 것은 1919년 이혼 당시로, 노벨상을 받기 2년 전이었다는 것입니다! 폴 그린가드는 2000년에 받은 노벨상 상금을 1983년부터 재직했던 록펠러 대학교에 감사의 표시로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과학계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에 맞서기 위해 5만 달러 상금의 펄 마이스터 그린가드 여성 과학자상(Pearl Meister Greengard Prize for women)이라는 새로운 상까지 만들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자신이 지지하는 신념을 위해 상금 전액을 기부한 과학자도 있습니다. 한 사례로 1999년 의학/생리학상 수상자 귄터 블로벨은 상금 전액을 독일 드레스덴의 성당 복원과 새로운 유대 교회 건립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2006년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조지 스무트는 상금을 장학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스무트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내가 상금을 받는다면 미국 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에서 세금을 절반이나 떼어갈 텐데, 만약 기부한다면 자신의 인생을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장학금이 돌아갈 테니 이쪽이 더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당시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던 존 매더는 댄스, 학자금, 나사 인턴을 위한 여비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자신이 운영하는 재단인 존-제인 매더 과학예술재단(John & Jane Mather Foundation for Science and the Arts)에 자기 몫의 상금을 기부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부동산이나 자녀 교육, 세금 납부, 사치품 구입에 상금을 쓴 과학자도 많다는 것입니다. 2001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매사추세츠 공대 볼프강 케테틀레 교수는 자기 몫의 상금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자녀 교육에 투자했습니다. 1965년 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 교수 역시 “상금은 내년 소득세를 낼 때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01년 의학상을 받은 폴 너스 경은 고급 모터사이클을 구입했습니다. 1985년 경제학상을 받은 MIT의 프랑코 모딜리아니 교수는 상금 일부로 “자신이 소유한 레이저급 요트를 업그레이드”했다고 합니다. 1993년 의학상 공동 수상자 필립 샤프는 상금으로 100년 된 연방양식의 주택을 구입했습니다. 함께 수상한 영국의 생화학자 리처드 로버츠는 상금으로 집 마당에 크로켓 구장을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상금을 어디에 쓸지 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일단 노벨상을 받자마자 회의나 강연에 불려다니느라 바쁘니까요. “상금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시간을 써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2년 물리학상 수상자 세르주 아로슈 교수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일단 부동산 구입을 고려해 보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상금을 쓸 곳을 마땅히 찾지 못한 수상자들은 나중을 위해 상금을 저축해 두기도 합니다. “그 시절에는 딱히 상금으로 무엇을 하진 않았다.” 1995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분자생물학자 크리스티아네 뉘슬라인 폴하르트의 말입니다. 9년 뒤 그녀는 상금의 상당 부분을 독일의 여성 과학자들을 위해 직접 설립한 자선단체에 기부했습니다.
아마 상금을 어디에 쓸지 가장 쉽게 결정하는 사람들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일 겁니다. 대부분 정치인이나 활동가인 공인이거나 단체이기 때문입니다. 2009년 수상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2012년 수상자인 유럽연합 등 많은 수상자가 자선단체에 상금을 기부합니다. 2006년 수상자인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무하마드 유누스, 2008년 수상자인 마르티 아티사리 핀란드 대통령처럼 상금을 사회 복지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수상자도 있습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이 상금을 어디에 쓸지 궁금한 것은 당연하지만, 물론 상금보다 중요한 것은 상에 따라오는 명예겠지요. 1993년 의학상 수상자 필립 로스의 말대로입니다. “상을 받는 것은 문화적인 사건이지 경제적인 사건은 아니다. (Receiving the prize is a cultural event, not a financial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