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계 내에서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며, 펀딩 구조, 출판의 프로토타입, 커리어 전망, 연구 관리 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측면이 연구자들에 영향을 미칩니다. 과학 연구의 문화는 특히 자신의 학술적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즉 독립적인 학자로 한 발짝 나아가는 단계인 박사후과정에 있는 과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양한 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박사후과정 연구원들은 학술 연구의 미래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겪고 있는 맹렬한 경쟁, 그리고 낮은 직업 안정성이라는 문제점들은 잘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에서 박사후과정 연구원들이 겪는 문제점과 상황을 강조한 두 편의 보고서가 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두 보고서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 보고서 – 영국의 과학 연구 문화
너필드 생명윤리 심의회가 정리한 이 보고서는 영국 내 박사후과정 연구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심의회에서는 영국 내 대학 및 기관에 소속된 97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그 밖의 740명을 상대로 상세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박사후과정 연구원이 응답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선임 연구원들 역시 조사에 참여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 고품질의 과학 연구에 대해 설명하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이 가장 높은 빈도로 사용한 단어는 “철저한(rigorous)”이라는 단어였습니다. 가장 적게 사용된 단어는 “합법적인(legal)” (9%), “정중한(respectful)” (5%) 그리고 “반복가능한(reproducible)” (1%) 이었습니다.
- 50% 이상의 응답자는 특정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에 대한 포상으로서 이루어지는 펀딩에는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응답자는 과학 분야의 연구자로서 갖출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요소가 연구비 지원(94%) 또는 직업 및 승진 (77%) 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 58%의 응답자가 연구진실성 또는 표준에 있어 적당히 타협해야 한다는 유혹 또는 압박을 받고 있는 동료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35세 이상의 과학자 중 21%는 자신이 그런 느낌을 받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놀랍게도 35세 미만의 과학자의 경우 그 수치는 1/3에 달했습니다.
- 54%의 응답자가 승진을 위한 평가 방식이 과학자들에게 부정적이거나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함을 밝혔습니다.
미국 보고서 – 연구의 미래 형성: 후진 과학자들의 관점
이 보고서는 미국의 박사후과정 연구자들이 마주한 문제점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근교의 박사후과정 연구자들이 주최한 10월 세미나의 기록입니다. 이 보고서에서 강조된 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박사후과정 연구자들은 자신들을 “길 잃은 사람들” 또는 “보이지 않는 사람” 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보고서에 따르면 “후진 과학자들은 잘 구성된 훈련 프로그램의 참여자라기보다는 값싼 인력으로 취급된다”고 합니다.
- 미국 내 박사후과정 연구자들의 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습니다.
- 대학원생들의 수는 교수의 수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어떤 직업이 가능하며 이 자리를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그 기술을 어떻게 취득하는지를 아는 박사후과정생 또는 이들의 멘토는 거의 없었습니다.
- 연구 펀딩과 수행에 있어 현재의 구조 때문에 연구 결과의 품질이 타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두 편의 보고서 모두 현재 박사후과정 연구원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 즉 직업선택 기회에 관한 지식의 부족, 펀딩을 얻는 데 발생하는 어려움, 과학의 품질에 영향을 끼치는 지나친 경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들은 다만 이런 어려움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박사후과정 연구원들의 연구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해결책들 역시 제시했는데, 그 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과학산업의 구조를 혁신하기 위한 논의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후진 과학자들과 기타 이해 당사자들 간의 접속(connectivity)이 활발해져야 한다.
- 훈련 중인 박사후과정 연구원들의 수, 그리고 이들의 커리어 결과 등을 명확히 밝히고, 또 개별 박사후과정 프로그램에 있어 고용과 훈련 간의 균형이 증진되는 등의 투명성(transparency) 확립이 우선이다.
- 책임연구자(PI; Principal Investigator) 연구비에서 재정적으로 독립 가능한 지원의 수를 늘리고, 펀딩 승인에 필요한 훈련의 질에 대한 책임 역시 증대되는 등 후진 과학자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 연구기관은 윤리가 연구의 긍정적이면서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여겨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자들의 실적에 대해 광범위한 접근을 가능케 하고, 또 커리어 전반에 걸쳐 멘토링과 커리어 조언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 연구자들은 양방향 소통과 정책결정 참여를 위해 펀딩기관, 출판사, 학회 등과 소통해야 한다.
박사후과정 연구원들이 맞닥뜨린 문제는 학계 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만, 현 상태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해결책은 그다지 활발히 제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여전히 박사후과정 연구원들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합니다. 두 편의 보고서에 나타난 박사후과정 연구원들이 처한 곤경은 젊은 연구자들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고 지도하지 못하는 과학계의 문화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학술연구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젊은 과학자들이 고품질의, 윤리적이며 가치 있는 연구를 행할 수 있도록 과학계에 소속된 모든 사람들이 함께 힘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