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탈진, 소진을 의미하는 번아웃(burnout)은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인 증상으로 일과 학업에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에너지 고갈 현상, 피로도 증가, 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증가, 업무 능력 감소, 정신적 거리감이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2019년 5월 세계 보건기구(WHO)는 제11차 국제 질병 표준 분류 기준(ICD-11)에서 번아웃 증후군을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 관련 문제 현상으로 추가하기도 하였습니다1.
이러한 번아웃 증상은 일과 학업이 일상생활과의 구분 없이 섞여 업무 스트레스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며, 학계의 연구자, 학업을 진행하는 대학원생, 연구생들이 겪는 번아웃 현상을 특별히, 학업 소진(academic burnout)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2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에서의 번아웃 현상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 교수진들의 겨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응답자가 2019년 대비 2020년 2배 늘었으며, 응답자의 반 이상이 현재 이직을 고려하거나, 조기 은퇴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답하였습니다. 또한 코로나 19 이후, 실험 연구 일정이 연기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연구자들은 업무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하였을 뿐 아니라, 대학 및 연구소 등 고용 시장이 얼어 붙고, 직업 불확실성이 증가함으로 인한 불안과 혼란이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자신의 스트레스와 불안 정도를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셀프케어 방안을 실천하는 것은 학업과 일을 지속하기 위해 중요한 일입니다. 먼저, 대표적인 번아웃 증상을 알아보고, 자신에게 몇 가지나 해당되는지 살펴봅시다.
- 충분히 휴식을 취하여도 계속 남아 있는 피로감
- 의욕 상실 및 흥미 상실로 일상생활 무기력해짐
- 불면증
- 능력에 대한 자신감 결여
- 매사 과민하게 반응하고 분노가 쉽게 발생
- 두통, 요통, 근골격 통증 발생
몇 가지나 체크하셨나요? 다음은 학업 소진 및 스트레스의 원인을 파악해 봅니다. 번아웃 증상은 한 가지 이유로 발생 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요소들이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고, 지속적으로 발생되게 됩니다. 다음은 학업 소진을 겪고 있는 학계 내의 연구자들이 겪는 스트레스 요인을 몇 가지 나열한 것입니다. 본인에게도 어떤 요인이 있는지 종이에 적어봅니다.
- 일정 기간 내에 학업 또는 연구를 수행/완료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도한 업무에 스스로를 희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팬데믹 기간 동안 학교 및 연구실 봉쇄 등의 조치로 연구 활동이 중단되어 연구 결과가 지연되고, 졸업이나 논문 투고 등의 목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습니다.
- 연구와 학업 외의 다른 영역을 돌보는 것을 소홀히 합니다. 연구나 작업을 위해 건강을 돌보지 않거나, 주변 사람과의 계획을 취소하고, 자신에게 휴식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 논문 작성 등으로 컴퓨터 앞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내고, 운동량이 적으며, 충분한 취침시간을 갖지 않습니다.
각 연구자들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요인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제 나열한 요인들을 직시하고, 차근차근 회복을 위한 방안을 작은 것부터 시작해 봅니다. 이 글에서는 실용적인 생활습관에서 부터, 정석적, 사회적, 신체적 셀프케어 방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실용적인 생활습관 셀프케어
- 일을 작게 나누어서 진행합니다. ‘You can't eat the elephant in one go (코끼리를 한 번에 먹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장기적인 일을 진행할 때에는 일을 작게 소분하여 진행하는 것이 일을 미루지 않고 시간을 잘 관리 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입니다.
- 스터디 그룹 활용합니다. 혼자서 방대한 분야를 모두 다 살피기에는 시간과 체력이 부족할 때에는 스터디 그룹을 활용하여 각자 학습한 부분을 공유하면, 시간과 체력을 절약할 수 있고 새로운 관점에서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정서적/사회적 셀프케어
- 타인과 비교하지 않습니다. 주변인들과 스스로를 비교하여 스트레스를 주지 않습니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레이스가 있습니다.
- 스트레스 발생하는 요소를 파악합니다. 같은 실험실 동료나 선배와 마찰 등 관계적인 면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혹시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 주변 동료 및 선배들과 대화합니다. 주변에 연구자 동료, 동급생, 선배, 교수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Don't just suffer in silence (혼자서만 조용히 힘들어 하지 마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변에 자신의 약점이나 힘든 부분을 먼저 꺼내는 것은 분명 대단히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얘기하지 않으면 상대는 여러분이 얼마나 많이 힘들어 하고 있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주변 동료나 선배들도 여러분과 같이 학업 소진 및 번아웃 시기를 겪었을지도 모르고, 현재 나에게 필요한 조언을 줄 수도 있습니다.
- 친구, 가족과 연락합니다. 전공 분야나 연구 분야가 다른 친구들이나 학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학계 밖의 가족 및 지인들과 연락을 하는 것이 학업 소진 해소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주변에 나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를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큰 안정감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를 구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부담스럽다면 일기 쓰기 등의 다른 방식을 통해 감정을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신체적 셀프케어
- 충분한 숙면과 영양 섭취를 합니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과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갖고,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지속적인 학업과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한다. 스트레스 받을 때 수분 섭취가 적으면 신체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수분 섭취가 부족하면 어지러움증이나 가벼운 두통, 피로감이 생긴다.
- 다양한 활동 또는 휴식은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편이 됩니다. 조용한 공간을 찾아 독서 활동을 하거나 요리, 운동 등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연구자들은 장시간 컴퓨터 작업으로 피로해지기 쉽니다. 20-20-20 운동법을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20 분마다 20미터 먼 거리를 20초간 바라봄으로써, 눈의 피로도와 두통을 줄일 수 있다.
연구와 학업은 단거리 경기가 아닙니다. 장거리 마라톤을 각자의 속도에 맞춰 진행해야 함을 잊지 마세요. 힘을 조금 빼고, 휴식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참고 문헌
1. WHO. Burn-out an "occupational phenomenon":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https://www.who.int/news/item/28-05-2019-burn-out-an-occupational-phenomenon-international-classification-of-diseases
2. Virginia Gewin. Pandemic burnout is rampant in academia. Natur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6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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