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을 짧게 설명해주세요. 어떻게 전문 에디터가 되셨습니까?
영문학 학사를 마치고 나서, 일본 Eikaiwa 학교(영어 회화 학원)의 EFL 교육 자료를 집필하고 일본의 큰 영어 잡지에 여행 기사를 기고하며 도쿄에서 1년 동안 산 적이 있습니다. 이 경험의 영향으로 이후 전문 작가 학점인정과정 (Post-bac)에 진학하였는데, 그곳에서 들은 교정 수업 덕분에 제가 글쓰기보다도 교정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 기술적인 작문이나 교정 일을 하긴 했지만, 언어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교정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큰 학술 출판사에 역사 언어학 핸드북을 출판하시려던 교수님들이 저에게 교정 일을 맡기셨고, 대학교에서도 스피치 교육원에서 일하며 동료들의 논문들을 교정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는 저의 전문 지식을 응용할 수 있고 언어에 관한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학술 교정이라는 분야가 저의 주 직업이 되었죠.
특별히 관심 있는 전문 주제는 무엇인가요?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트렌드는 어떤 것이고, 분야가 발전하는 데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제 주요 관심사는 언어, 문화와 사회, 그리고 정체성의 교차 지점에 관한 부분으로, 사회음성학, 사회음운론, 방언학, 사회언어학 등이 있습니다. 좀 더 일반적으로는 언어와 방언 습득 (특히 말소리의 습득), 언어학과 언어의 역사적 변화, 인류학적 언어학, 그리고 화용론과 담화 연구 등입니다. 저는 이런 분야의 최신 발전뿐 아니라 과거 역사에도 깊은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석사 논문으로 “언어학의 상대성”의 역사, 즉 우리가 쓰는 언어가 우리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각 언어와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는 이론에 관해 연구했습니다. 20세기 언어학은 거의 대부분 언어 간의 차이점은 근본적으로 심층적인 “공통 문법”의 사소하고 표면적인 변형일 뿐이라는 정 반대의 이론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이는 대체로 인기가 없는 이론이었습니다만, 언어에 의사소통과 교류 중심, 그리고 상대주의적 접근의 가능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수십 년 사이 심리언어학과 신경언어학 분야에서 나온 견고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언어학적 상대성이 부활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분야들이 통합될 수 있는 이론적 방향의 기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 것으로 생각합니다.
캑터스(에디티지)의 어문학 우수성 센터에 계시는데요, 이렇게 한 가지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계신 것이 교정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그리고 이 분야 중 어떤 부분이 특히 가장 흥미로우신지요?
저는 대부분 제가 배경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분야에서 일을 해왔고, 따라서 저는 교정을 하면서 아주 세세한 부분에 중점을 두면서 동시에 큰 그림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일 수 있었습니다. 제 전문 분야에 관한 부분에서는 “줌인” 하여 놓치기 쉬운 영어 표현의 작고 미묘한 차이들을 살펴보고, 또 “줌아웃” 해서 이 연구 주제가 해당 학문과 이론 공동체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는가, 해당 학문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저자의 연구 방법에 도움이 될 만한 다른 연구들을 저자가 놓치지는 않았는가 등의 개괄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이 잘되는 날에는 가끔 공예가이자 철학자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저는 순수 미술, 인문학, 사회과학에 걸친 언어학의 포괄성이 가장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에서부터 문학 분석과 수사학, 사회학과 민족지학, 형식논리학, 음향물리학, 신경언어학, 언어병리학까지, 매일 이 일을 할수록 언어가 인류의 삶에 모든 부분에 관여하고 있다는 믿음이 더욱 강해집니다.
다양한 논문을 교정하면서 일관성 있게 고품질 교정 결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의심이 들면 찾아보는 겁니다. 논문의 영어 표현이나, 형식 및 맞춤법 같은 기술적인 문제를 교정하다 보면 가끔 내용 자체가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대개 저자의 의도를 추론해 보거나 저자에게 간단히 되물어 보고 싶어지는데요, 물론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에디터의 일 중 중요한 역량입니다. 하지만 시간을 내어 직접 조사를 해 보고 어색해 보이는 용어나 표현을 사용한 이유가 있는지 설명하려고 연구를 해 본다면, 이런 노력이 대부분 아주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참고 문헌도 도움이 되고, 인터넷도 물론 에디터의 좋은 친구이지요.
에디터로서, 훌륭한 영어 논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쓰기 역량 개발을 위해 저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훌륭한 영어 논문이란 성취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표가 가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 논문입니다. 간단한 문제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은 책 한 권씩을 써도 모자란 문제들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동료 전문가에게 2분 이내로 설명하거나, 12살 아이에게 15분 내로 설명할 수 있나요? 그리고 설명할 수 있다면, 듣는 사람도 그 아이디어가 왜 흥미로운지 느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를 이루는 최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IMRaD 방식의 논문으로 경험적 조사 결과를 발표하거나 이론적 연구, 개인적인 수필 등등을 제시해야 할까요? 게다가 이 주제를 연구하는 데 적합한 저자가 본인임을 어떤 역량, 배경지식, 관점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는 저자라면 생산적인 연구 궤도에 오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교정이라는 직업에 대해 계속해서 흥미와 열정을 유지하고 또 양질의 결과를 내는 방법에 관해 에디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교정은 의심의 여지 없이 지성을 추구해야 하는 일이고, 제게는 이런 일이 예술을 하는 장인의 일과도 같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영업자들처럼 우리가 가진 도구와 우리의 몸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저는 좋은 도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마감 직전에 컴퓨터가 망가지는 것만큼 사기가 떨어지는 일이 있을까요!) 또, 이북 리더기에 참고 자료와 제 분야의 주요 연구들을 담아 다니기도 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일에 맑고 침착한 마음으로 집중하여 임하는 것입니다.
고객에게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할 때나 논문을 교정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경험은 무엇인가요?
저는 제 전문 분야에 대한 애정이 있지만, 또 에디터로서의 삶에 필수적으로 따라 오는 다양성과 매일의 새로운 일들 또한 사랑합니다. 캑터스와 일하면서 다양한 시대와 장소를 여행했다고 생각합니다. 산스크리트 문법학자 파니니의 언어학적 개념도 연구해 보았고, 북극 지역의 고시베리아족 사이에서 현장 업무를 해 보기도 했고, SNS와 모바일 기기들이 전 세계의 고등 교육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논문을 쓴 저자들이 그들 각자의 세계로 저를 이끌었듯이, 저 또한 그들의 연구를 바깥 세계로 가지고 나와 학문의 역사에 기록되도록 도왔습니다. 이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경험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자전거도 타시고, 여행하며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제가 자전거와 산을 탈 수 있는 것도, 전 세계의 아름다운 곳에서 살아보고 일해 볼 수 있었던 것도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있었던 일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HIV 환자와 가족들을 지원하는 지역 조직인 TASO (The AIDS Support Organization) 로부터 우간다 진자에 초대받아 “메모리 북”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일입니다. 메모리 북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친인척의 연락처와 같은 실용적인 정보와 더불어 인생 이야기처럼 개인적인 의미가 담긴 정보들을 물려주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치료 도구인데, 저희는 이용자들의 필요와 요구를 반영하여 메모리 북을 디자인하고 제작하기 위해 메모리 북 사용자들로 이루어진 파일럿 집단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TASO에서 일하며 저는 의사소통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었습니다.
고객들께 드리는 말씀
에디터와 함께 일하는 동안, 혹은 자신의 글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안내를 전달하며 기억하셔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문맥, 그리고 문맥, 그리고 또 문맥입니다. 문맥에 관해 에디터가 더 많이 알면 알수록 (글의 목적, 이전 연구, 해당 글에 대한 과거 교신 내역, 발표 장소 및 출판될 곳 등) 저자의 필요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며, 더욱 유용한 교정을 받을 수 있고 교정 품질 또한 높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