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을 맞아, 모든 여성 연구자, 과학자 여러분들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세계의 여성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는 날인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에디티지 인사이트는 과학을 사랑하고, 연구하는 한국의 여성 연구자, 그리고 연구를 바탕으로 산업 분야에서 활동 중인 여성들에게 물었습니다.
- 왜/어떻게 과학을 사랑하게 되었나요?
- 여성 과학자로서 특별한 기쁨 또는 슬픔이 있을까요?
- 여성 연구자로서 후배 여성 연구자에게 하고 싶은 말, 조언 한 가지를 나누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유경,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툰드라 얼음이 녹으면 북극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가 궁금한 극지생물학자입니다.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 북극모니터링평가프로그램(AMAP) 한국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논문 70여 편을 발표했으며, 과학자, 여성, 엄마의 삶을 모두 잘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엄마는 북극 출장 중』, 《북극 툰드라에 피는 꽃》(공저) 《외계생명체 탐사기》(공저) 등이 있습니다.
왜/어떻게 과학을 사랑하게 되었나요?
과학과의 처음 만남은 타의에 의한 것이었어요. 중학교 입학해서 동아리를 정하기 전에 과학선생님이 “너, 과학반 해.”라고 찍어 주셨거든요. 그런데 다행히 과학실 특유의 냄새가 나쁘지 않았고 실험이 재미있어서 과학이 좋아졌어요. 그 당시 중고책방에서 <학생과학>이라는 잡지를 사서 읽으며 블랙홀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남시립도서관에서 컬러로 나오는 <사이언스>, <뉴튼> 같은 과학잡지를 보며 유전공학에 멋지다고 느꼈어요. 학교 서클 활동과 과학잡지가 저를 과학으로 이끌었네요.
여성 과학자로서 특별한 기쁨 또는 슬픔이 있을까요?
여성으로서는 생명을 잉태하고 낳고 기르는 그 모든 과정이 특별한 기쁨이고 그건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두 아이를 키우며 저도 함께 성장하고 있거든요. 과학자로서 북극 식물에 우리말(한글) 이름을 붙이고 영어와 한글로 북극식물도감을 출판한 것이 뿌듯합니다. 북극 식물에 관한 책을 영어로 출판했는데 종종 외국 과학자들이 “내가 기다렸던 책이다.” “이 책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일 때 행복했습니다. 북극 툰드라 식물 중에 점점 사라져 가는 것들이 있어서 슬퍼요. 이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보전하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여성 연구자로서 후배 여성 연구자에게 하고 싶은 말, 조언 한 가지를 나누어 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어릴 때 정말 힘들었거든요. 내가 원하는 만큼 연구에 집중하지 못했고 시간과 에너지가 분산되었어요. 자꾸 뒤쳐진다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고요. 그러다가 “그래, 내가 지금 내 능력의 100%를 다 발휘하지 못하는 거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우리의 미래를 키우고 있으니 충분히 인류에 기여하고 있는 거다. 나는 잘 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났어요. 혹시 육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 여성 연구자가 있다면 “지금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하고 싶어요.
윤정인, 유기화학자 · (주)리윤바이오 CEO
유기화학자인 윤정인 대표님은 벤처 창업가로서 신약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리윤바이오를 설립하고, 현재 CEO로 일하고 있습니다. ESC(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부대표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왜/어떻게 과학을 사랑하게 되었나요?
특별히 과학을 좋아했던 것보단, 인디아나존스 같은 고고학자나 CSI에 나오는 과학수사대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을 하려면 과학을 해야 한다고 들었고(유물보존 및 과학수사 관련), 그렇게 우연히 시작하게 된 과학부 생활(한국에선 동아리입니다)이 즐거워서 이런 거라면 매일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루한 걸 못 견디는 편인데, 유기합성 연구는 매일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고, 어제보다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보니, 매일매일 새로워서 화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성 과학자로서 특별한 기쁨 또는 슬픔이 있을까요?
여성과학자로서 힘든 점은 역시 유리천장이긴 합니다. 벤처 창업 후 만나는 많은 분들이, 젊은 여성 과학자의 말을 크게 신뢰하지는 않는다는 차별적인 발언을 간간히 듣곤 합니다. 제가 딱히 대표일 것 같지 않아 보이는지 다른 대표들과 다 같이 인사하는 자리에서 명함을 주지 않고, 저를 지나치는 경험도 간혹 겪는데 이럴 땐 서럽기도 합니다. 이럴 때가 좀 서럽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엄마 멋있다고 해주거나, 같은 여성 후배들에게 지지를 받을 때 만큼 기쁠 때는 없는 듯 합니다. 아 내가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내가 가는 길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연대에 힘을 내기도 하거든요.
여성 연구자로서 후배 여성 연구자에게 하고 싶은 말, 조언 한 가지를 나누어 주실 수 있을까요?
여성 연구자들에게 좀 더 높은 잣대가 오는 것이 아직은 현실 같습니다. 그리고 그 잣대를 넘기 위해, 더 많은 실적과 더 많은 성과를 요구하는데, 그렇게 성과를 맞추고 실적을 맞추려고 하니, 힘들더라구요.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 하고 있고, 당신은 당신으로 살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네요.
* 윤정인 대표의 엄마 과학자 생존기, 그리고 학계 밖 경력 전환 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이우진, 제약/바이오 전문 변호사
신경과학 분야 박사(Neuroscience PhD)인 이우진 박사는 종양학, 줄기세포, 신경과학 분야의 오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변호사로서 제약회사 및 병원에 법률 문제를 자문하고, 생명과학 및 제약 분야 전문 특허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왜/어떻게 과학을 사랑하게 되었나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실험실에서 실험하던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만, 생명과학은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서부터 생명체의 기능, 질병, 그 예방과 치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기도 하며, 어느 학문보다도 생명체의 역사와 미래를 가장 근본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학문이기에, 다소 진로가 바뀐 지금까지도 헤어나올 수 없는 (^^) 큰 매력을 가진 학문이라 생각합니다.
여성 연구자로서 후배 여성 연구자에게 하고 싶은 말, 조언 한 가지를 나누어 주실 수 있을까요?
여중/여고/여대를 졸업하기도 했고, 주변에 남성보다는 여성 친구나 여성 직장동료가 많았던 사람으로서, 꼭 드리고 싶은 조언이 있습니다.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은 당연히 육아와 돌봄의 책임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커리어를 유지할지에 관한 부담일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는 가능한 여러분과 같은 상황에 처한 워킹맘 동지들을 주변에 가까이 두시고, 고민을 나누고 서로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친목회를 형성하시기 바랍니다.
때로는 가족보다도 더 깊이 있는 공감과 조언을 통해 여러분의 고충을 이해해줄 수 있는 든든한 정신적 조력자/동지들을 주변에 둔다면 한결 긍정적인 육아와 커리어 개발을 하실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저 역시 주변에 제 고민과 고충을 함께 나누고, 함께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역할을 하는 훌륭한 워킹맘들 덕분에 현재 만 세 살 아들 육아를 힘들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육아와 돌봄에서 오는 고충이 심해질 때 포기하지 마시고, 외롭고 힘들 때마다 나와 같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조언과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이우진 변호사의 학계 밖 경력 전환 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학계 밖 경력 탐색 시리즈] 바이오·제약 전문 변호사, 이우진 박사 인터뷰
크리스티나 조, 예일대 의과대학 박사후 연구원
미국 예일대학 의과대학 박사후연구원으로, 현재 전이성 흑색 종 및 폐암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암생물학, 종양면역학, 기질생물학 등의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갖추고, 10년 이상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습니다. 학술 연구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으며, 국제 저널에 다수의 학술 출판물을 출판하였습니다.
왜/어떻게 과학을 사랑하게 되었나요?
UCLA 학부생 때, 이식 외과의사인 셰릴린 고든 버로스(Dr. Sherilyn Gordon Burroughs) 박사님과 함께 연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박사님은 저의 첫 번째 멘토였습니다. 진로 조언뿐만 아니라, 인생 조언도 받았지요. 박사님의 멘토링 아래, 만성 장기 거부반응의 기저에 깔린 메커니즘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일부 환자가 면역억제제에 잘 반응하지 않고, 만성적으로 이식을 거부하는 이유를 찾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고든 박사에게 우리가 이 연구를 수행하는 이유를 물었고, 그 대답은 과학과 저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고든 박사는 흑인 여성 외과 의사였습니다. 2007년에 고든 박사와 함께할 때에, 박사는 3명의 여성 이식 외과의 중 한 명이었고, UCLA 유일의 흑인 외과의였습니다. 그녀는 그 자리에 가기 위해 열심히 일했으며, 총명하고 노련했으며 친절했습니다. 고든 박사는 만성적으로 장기 이식에 거부 반응이 있는 환자들, 특히 유색인종 환자들이 의사의 지시를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가설은 이러한 환자들, 특히 역사적으로 소외된 지역사회(예: BIPOC,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속한 환자들이 면역억제제 복용을 거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단순히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인데, 고든 박사는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박사는 이 환자들이 단순히 의사의 지시에 순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장기를 얻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사는 이러한 환자들을 알고 있었고, 이들이 지시에 잘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만성적인 거부 뒤에는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시 면역 억제에 대한 흑인과 라틴어 환자의 반응이 백인 환자와 다르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관찰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흑인과 라틴계 환자는 사이토카인 수치 감소를 확인하기 위해 동일한 면역억제제를 더 많이 투여해야 했습니다. 대조적으로, 아시아 환자들은 동일한 정도의 감소를 보기 위해 더 낮은 복용량이 필요했습니다. 고든 박사는 면역억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면역억제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는 단일염기다형성을 유전자에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때 저는 연구실에 들어가 각종 장비와 시약을 가지고 노는 것만이 연구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연구는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가 사람들을 돌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 사람만이 아니라 전체 공동체나 인구의 삶을 절대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또한 연구를 통해 치료 또는 통증에 대한 환자의 반응에서 볼 수 있는 불일치 이면에 있는 생물학적/생리학적 원인을 밝힐 수 있고, 의료 분야의 오래되고 뿌리 깊은 편견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때 저는 과학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과학이 대규모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자, 구식의 믿음을 근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성 과학자로서 특별한 기쁨 또는 슬픔이 있을까요?
여성들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기쁨입니다. 아이들에게 제가 아내, 엄마, 그리고 커리어에 집중하는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제가 아이들의 엄마가 되기 위해 열정과 평생의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지요. 평등한 권리를 위해 싸우고, 우리 세대와 앞으로 다가올 세대를 위해 문을 열어준 앞세대의 모든 여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제가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싸운 여자들 말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리는 여전히 동등한 임금, 신체적 자율성, 유급 출산 휴가를 위해 싸워야 하지만, 미래가 더 밝고 공평하기를 희망합니다.
슬픔은 여성 과학자로서 아직 극복해야 할 많은 장애물이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제가 거주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연방법에 따르면, 유급 육아휴직이 없습니다. 1993년 시행된 가족 및 의료 휴가법(Family and Medical Leave Act)에 따르면, 50명 이상의 직원이 있는 회사는 신생아 또는 새로 입양된 아이의 어머니에게 12주간의 무급 휴가를 제공해야 합니다. 2020년 10월 1일부로, 이 정책은 아픈 가족 구성원의 간병 또는 아이의 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파트너로 확대되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가 최소 16주의 육아휴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또한 미국은 OECD 38개 회원국 중 기업이 직원에게 유급 출산 휴가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법률을 통과시키지 않은 유일한 국가입니다.
즉, 생존을 위해 소득이 필요한 경우(파트너가 없거나 합산 소득이 부족한 경우)에는 일을 해야 합니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육아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에, 만약 당신의 수입이 육아를 감당할 만큼 크지 않다면, 정말로 틀에 박힌 상태로 지내야 합니다. 대부분은 일을 하지 않을 만큼 부유하지도 않고, 육아를 감당하며 직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다행히 저는 현재 유급 가족휴가와 병가(2022년 시행)가 있는 주에 살고 있으며, 유급 육아휴직 정책이 있는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예에 불과합니다. 또 다른 장애물은 여성 과학자들이 아이를 갖기로 결정했을 때 겪는 판단과 편견입니다. 이 경우, 이 여성 과학자가 자신의 경력에 대해 "진지하지 않다"는 가정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며, 만일 업무에 복귀하더라도(제가 ‘업무에 복귀했을 때’라고 말하지 않는 점을 주목해 주세요) 남성 과학자만큼 생산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있습니다. 이러한 가정은 여성 과학자의 커리어 승진을 어렵게 만듭니다. 여성 과학자들이 직면하는 여러 가지 장애물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면 관계상 이 정도에서 줄이겠습니다.
여성 연구자로서 후배 여성 연구자에게 하고 싶은 말, 조언 한 가지를 나누어 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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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과학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나쁜 과학이 될 수 있습니다." - 크리스티나 조, 예일대 의과대학 박사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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