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이 선생님의 연구를 즉각 출판하지 않았다니 안타깝습니다.
잘 알려진 바대로, 출판과 보도편향은 과학 출판계에서 꾸준히 지속되는 문제입니다. 부정적인 연구결과는 기존의 지식을 강력하게 뒤엎을 만큼 몹시 새로울 때에만 출판되고 그렇지 않다면 무시되는 경우가 많지요.
이런 경향은 전공과 무관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선생님과는 사뭇 다르게도 연구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연구 결과 출판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연구자의 기술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어 커리어에 영향을 끼치고 연구비 지원의 기회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부정적인 연구 결과의 경우 단독으로 발표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다른 연구 결과들과 함께 출판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자신의 가설이 왜 틀렸는지 설명할 수 있는 논문을 쓰느라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이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나서는 편입니다.
또 한 가지의 요인은, 짐작하시다시피 저널 측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선뜻 출판하지 않습니다.
이는 저널들이 어떤 가설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밝히는 논문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를 출판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거절 사유는 부정적인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저널의 임팩트 팩터를 유지하거나 늘리는 데 필요한 만큼 인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저널 측에서는 독자가 부정적인 연구 결과에 관심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또, 편집자들 역시 부정적인 결과의 원인이 실험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실제로 가설에 결함이 있기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비확증적 연구 결과를 출판하지 않았을 때의 단점은 바로 과학계가 여전히 어둠 속에 남겨진다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연구결과 역시도 의미 있는 통찰을 던져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연구결과를 출판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 부정적인 결과가 출판된다면, 해당 실험에 대한 불필요한 재현 실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이미 누군가가 연구를 통해 옳지 않음을 밝혀낸 가설에 시간, 노력, 자원을 투자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부정적인 결과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부정적인 결과에 기반해 현명한 판단을 내린 뒤 확증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례가 바로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19세기 물리학자 마이켈슨과 몰리가 수행했던 일련의 실험에서 나온 부정적인 결과를 통해 얻어진 것입니다. 정지된 “광학 에테르” 또는 “에테르 바람” 속에서 물질의 상대적인 운동을 측정하고자 했던 이 실험을 통해 당시 널리 받아들여지던 에테르 이론에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오늘날의 출판 상황을 살펴보면, 연구자와 저널 양측 모두 혁신적인 결과를 가진 영향력이 높은 논문을 출판하려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 결과, 확증 데이터를 가진 논문이 비확증적 데이터를 가진 논문에 비해 크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과학계의 인식에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대학, 지원기관 및 기관이 중요한 부정적인 연구결과 출판을 지원해 준다면 연구자들이 부정적인 연구결과를 공유해 과학의 진보에 기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긍정적인 면을 짚어보자면, 과학계에도 선생님을 포함해 모든 성공적인 가설 뒤에는 무척 중요하지만 실패한 실험과 가설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일부 연구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실패한 실험들을 과학계에 알릴 수 있도록, Journal of Negative Results in Biomedicine, PLOS ONE, The All Result Journals 등의 저널들은 부정적인 연구 결과 출판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논문을 이런 저널에 투고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