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에는 저자권(authorship), 저널의 높은 구독료, 엘스비어(Elsevier)가 새롭게 내놓은 평가 지표인 CiteScore, 부정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과학자들의 사생활 보호, 스위스 과학자들의 EU 기금 후원 연구 참여 등과 관련된 이슈들이 학술 커뮤니티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달 학계에서 일어난 가장 흥미로운 소식들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1. 변화하는 저자권(authorship)의 본질: Robert Harington의 흥미로운 이 글은 저자권의 변화하는 본질과 그것의 미래가 어떠할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로서 해야 하는 일의 범위가 변화하고 있듯 저자권의 정의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에 모든 것은 혁신과 참여, 커뮤니티 형성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학술 출판에도 적용되는 말입니다. 저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출판하는 것에서 멈출 수 없으며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공간에서 그 연구에 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출판사들도 가만히 앉아 저자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없습니다. 오늘날의 출판사들은 저자들을 유인하고 계속 붙들어 두고 이들을 전체 출판 과정에 참여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처할 필요가 있으며, 소셜 미디어와 대안적 콘텐츠 포맷은 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2. 또다시 머리기사에 오른 높은 구독료: 출판된 연구에 접근하는 것은 과학이 발전해 나가는 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유료화 장벽에 막힌 논문들에 접근하기 위한 구독료는 점점 오르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국가의 정부와 기관은 연구자들에게 계속해서 모든 출판 연구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페루, 대만, 중국, 이 세 국가의 수천 명의 연구자는 최근 출판계 거인인 엘스비어가 소유한 저널에 접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엘스비어는 줄곧 연구 접근성과 구독 비용과 관련된 수많은 논의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Nature≫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12월 독일과 대만 두 국가에서 계약 협상이 결렬되었고 한편 페루 정부는 라이선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독일은 2017년부터 전국적인 라이선스 협약을 하는 것을 목표로 DEAL이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현재 몇몇 연구 기관이 여기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대만에는 140개 이상의 기관을 대표하는 CONCERT라는 컨소시엄이 있습니다. 이 두 컨소시엄은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엘스비어와의 계약에 서명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 국가의 많은 연구자는 불법 복제 논문의 무료 다운로드를 제공하여 논란이 많은 Sci-Hub 웹사이트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협상이 다시 시작되고 엘스비어가 이들 국가에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3. 가짜 학술 뉴스에 대해 학계도 언론 못지않은 책임이 있을까? 조지 워싱턴 대학교 사이버 & 국토 안보 센터의 선임 연구원 Kalev Reetaru는 어떻게 해서 학계가 언론에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가짜 뉴스에 대해 자기 기사 내용을 검증하지 않는 저널리스트만큼이나 책임이 있는가를 기술하였습니다. 그는 대다수 경력 초기 연구자와 학생이 좀 더 전통적인 서지 검색 엔진보다는 Google Scholar를 이용하여 논문을 인용하며, 논문을 인용할 때도 인용하는 논문을 완전히 읽어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더욱이 학계의 출판 관행 또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부 저명한 저널은 "해당 저널에 출판하는 논문에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개인 웹 페이지나 블로그의 피어 리뷰를 거치지 않은 콘텐츠를 인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행은 결함이 있는 연구가 후속 연구의 토대가 되는 상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논문 처리 수수료만 받으면 어떤 논문이든 가리지 않고 출판할 의사가 있는 약탈적 저널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연구와 출판 과정의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검증 부족은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4. 엘스비어(Elsevier)의 새로운 평가 지표, CiteScore: 저널 임팩트 팩터가(JIF) 중요도를 상실하고 있는 가운데 엘스비어는 새로운 평가 지표인 CiteScore의 제공을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새로운 지표가 JIF와 구별되는 점은 Web of Science가 아닌 Scopus에 등재된 저널들을 포함한다는 점, 저널의 영향력을 3년 동안(JIF의 산정 기간은 2년임) 개별 아이템이 받은 평균 인용 횟수로 산출한다는 점,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뉴스, 사설, 편집자에게 보내는 서신(letters to the editor) 등을 포함한 잠재적으로 인용 가능한 모든 문서를 바탕으로 분석한다는 점입니다. 그 결과 CiteScore는 학계에서 많은 토론과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흥미롭게도 ≪Nature≫나 ≪The Lancet≫과 같은 높은 JIF를 가진 많은 저명한 저널이 CiteScore에서는 낮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엘스비어가 학계에 막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고 따라서 이들이 평가 지표를 점유하는 것은 잠재적인 이해 충돌이 있다며 새로운 지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습니다.
5. 과학자가 생각하는 과학자: Coosje Veldkamp를 비롯한 네덜란드 연구자들의 <누가 이야기책 속 과학자의 이미지를 믿을까?>라는 제목의 새로운 연구는 일반인들과 과학자들 사이에 모두 이야기책 속 과학자의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객관적이고, 이성적이고, 도량이 넓고, 지적이고, 정직하고, 공동체적인 사람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이미지로는 나이 많은 남자 과학자가 이야기책 이미지에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과학자들은 나이가 많은 여성 과학자가 가장 이미지에 잘 맞는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남성과 여성 과학자 모두 남성 과학자보다는 여성 과학자를 좀 더 객관적이고 지적인 이미지로 느꼈습니다. 여러 경력 단계에 있는 과학자들에 대한 응답자의 의견을 보면 일반적으로 경력이 오래된, 혹은 “저명한” 과학자들이 가장 높은 고결성과 이성을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6. 학술 부정행위 조사 과정 중 사생활 보호: Paul S. Thaler는 매력적인 이 논설에서 부정행위 조사 절차에서의 사생활 보호 관리 이슈를 논하였습니다. Thaler에 따르면 과학자에게 제기된 부정행위 혐의는 이것이 공개된 경우 당사자의 경력에 상당히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때로는 조사 절차 끝에 피고의 무죄가 밝혀진다 해도 이러한 피해는 영구적이며 돌이킬 수 없을 수 있습니다. 연방 법규에 따라 기관의 부정행위 조사 절차가 기밀로 유지된다 해도 조사를 수행하는 기관 내 관리자는 기소된 과학자의 사생활 권리를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소된 과학자는 반드시 연방 법규와 기관이 자신에게 부여한 사생활 권리를 열정적으로 지켜내야 합니다.
7. EU 연구 프로그램에 다시 완전히 참여할 수 있게 된 스위스 과학자들: 스위스 출신 과학자들을 유럽 연합(EU) 연구 프로그램에서 배제할 것이라는 위협이 되어온 이민을 둘러싼 논쟁이 해결되었습니다. 스위스는 비록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상호 협정에 서명하면서 이를 근거로 1988년부터 EU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해왔으며 2004년에는 정식 준회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2014년 스위스는 이민을 제한하는 안건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민 투표를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정부는 당시 EU 회원국이었던 크로아티아 국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의 협정에 서명할 수 없었습니다. EU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은 EU 프로그램 회원국의 협상 불가능한 원칙이기 때문에 스위스가 EU 기금 후원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가는 불확실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최근 스위스 정부는 이민을 제한하지 않기로 했으나, 실업률이 국가 평균보다 높은 직종과 지역에 있는 고용주는 앞으로 직원 채용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스위스인 구직자와 면접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스위스인을 꼭 선택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 법안이 EU의 자유 이동 원칙과 양립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그에 따라 2017년 1월 1일부로 스위스가 준회원국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에 동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