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의 1, 2편에서는 <폴라 리서치(Polar Research)> 저널이 투고를 받은 논문의 검토 의사를 가진 두세 명의 피어리뷰어를 찾기 위해 부딪치는 난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는 <폴라 리서치>만의 경험은 아닙니다. 많은 저널에서 편집자들이 연구자들에게 피어 리뷰 제의를 하지만 연구자들이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그 제의를 거절하거나 무시해 버리는 비율이 늘어나기에 슬퍼하고 있습니다. 1,2
상심한 저널 편집자들은 자신이 투고한 논문에 대해 받은 리뷰만큼의 논문 검토를 일 년 안에 해야 한다는 불문율에 질색하고 있는 리뷰어에게 당근과 채찍을 내밀며 격려합니다. 1,2 투고한 원고가 4편이라면 (이상적이라면) 자신이 투고한 저널과 비슷한 급의 저널을 위해 8편의 리뷰를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이 대부분의 논문을 투고한 저널의 급이 낮은데도 1급 저널의 리뷰 요청만을 수락하고 싶어하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폴라 리서치>에서 논문을 발표했으면서도 <폴라 리서치>의 저널 원고 검토를 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쁜 관행이지요.
자, 이제 큰 그림을 살펴봅시다. “리뷰어의 과중한 업무”라는, 점점 악화되는 현 상황은 1980년대에 대학 및 연구기관의 행정 직원들이 연구자와 교직원이 그 해에 발표한 논문의 양을 채용, 연구비 펀딩, 승진, 종신교수직을 위한 생산성의 척도로 보기 시작하면서 생겨났습니다. 2,3 학계에서 굳건한 감사 관행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양입니다. 양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숫자로 환산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가치가 지배하는 현재의 환경에서는 연구자들이 수십 년 전이었다면 머리가 핑핑 돌 정도의 속도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지가 않습니다. 많은 논문을 쓰기 위해 어떤 저자는 “살라미 분할(salami slicing)” (연구 결과를 “출판이 가능한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는 것) 에 안주하는 바람에 결국 리뷰어, 편집자, 독자의 시간을 낭비하고 나아가 적합한 리뷰어를 찾기 힘든 원인을 제공하게 됩니다.
다른 저널들과 마찬가지로 <폴라 리서치>에서도 원고를 빠르게 검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논문을 적절히 검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저희 편집자들은 커리어를 막 시작한 젊은 연구자나 은퇴한 과학자, 학계에 소속되지 않은 전문가, 소속기관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피어리뷰어로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원고 검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상당한 노력과 주의를 쏟아 검토에 임하기도 합니다.
리뷰 보고서가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피어리뷰어에게 독촉 연락을 합니다. 이 연락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애처로워지기도 합니다. 연락에 반응이 없으면 편집자들은 안달복달하고, 원고 투고 후 몇 달이 지나도록 리뷰가 도착하지 않을 시에는 결국 새로운 리뷰어를 찾아서 부탁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널에 투고한 논문이 피어리뷰를 받는 과정을 저자들에게 간단히 알려주면, 편집자들이 겪는 어려움, 그리고 때로 편집자의 의사결정이 상당히 지연되는 이유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승인 통보를 받기까지 저자들이 얼마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지 편집자들도 알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조금 더 관대하게 기다려 주기를 부탁합니다. 또, 가능한 한 살라미 분할은 하지 않고, 또 자신의 논문에 리뷰를 받은 편수만큼, 저희의 리뷰 요청에도 응해 주기를 부탁합니다.
1. Lajtha K. & Baveye P.C. 2010. How should we deal with the growing peer-review problem? Biogeochemistry 101, 1-3.
2. Merrill E. & Cox A. 2014. Reviewer overload and what can we do about it. The Journal of Wildlife Management 78, 961–962.
3. Siegel D. & Baveye P. 2010. Battling the paper glut. Science 329, p. 1466.
Further reading:
Strathern M. (ed.) 2000. Audit cultures: anthropological studies in accountability, ethics and the academy. Oxford: Routledge.